몸집 키우는 증권사
발행어음 순익만 2700억…'10조' 한투證, IMA 박차
발행한도 꽉채운 증권사 '유일'…자산건전성 관리 필요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09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목표로 초대형 투자은행(IB)과 발행어음,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에 도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종투사 제도 정비부터 IMA 사업자의 인가 가이드라인을 밝히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증권사들은 태스크포스(TF) 마련 등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증권사별 전략과 강점을 살펴보고 인가에 걸림돌이 되는 대주주 적격성·내부통제 이슈 등 리스크 요소도 점검해 본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국내 최초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달성하는 증권사가 탄생한다. 한국투자증권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 라이선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대형 IB의 장점인 발행어음을 한도인 자기자본 두 배까지 가득 채운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곧 다음 도전과제인 종합투자계좌(IMA) 라이선스를 쟁취하기 위해 몸집을 키웠다는 평가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IMA 사업자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달 중 IMA 사업자 시행세칙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발빠른 움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의 발표 내용을 검토, 가이드에 맞춰 인가 신청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IMA 사업자 인가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발행어음 17조3000억원을 발행해 자기자본 '두 배'의 발행한도를 거의 채웠기 때문이다. 이달 말 7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면 발행어음 발행 한도가 늘어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발행어음을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무작정 자본확충을 통해 발행한도를 늘릴 수만은 없다. 따라서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IMA 사업자 인가가 절실한 상황이다.



IMA사업자는 발행어음과 달리 자금 조달 한도 제한이 없다. 이는 증권사의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운용하면서 원금을 보장하는 계좌로, 기업대출과 회사채 투자로 비교적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기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보다 투자 범위가 넓은 점도 장점이다.


또한 발행어음의 만기는 1년 미만으로 제한돼 있지만 IMA가 가능해지면 수신 펀딩 기간이 더 연장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원금보장에 실적 배당이 가능한 다양한 상품들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금리도 확정되지 않아 수익을 내는 만큼 투자자에게 분배된다. 주 투자대상은 기업대출, 회사채 등으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모험자본을 보다 다양하게 공급받을 수 있고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안전하게 고수익을 보장받는 장점이 있다.


시장에서는 자기자본 규모나 발행어음 한도 활용 비중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이 다시 한번 먼저 초격차를 벌릴 기회로 IMA 라이선스를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1100억원가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중 발행어음을 통해 얻은 순이익 규모는 2700억원에 이르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기순이익 중 약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체 발행 규모의 1.7%가량이 순이익으로 남았다. 특히 조달한 자금을 활용한 상품들의 이익까지 더하면 발행어음을 통해 남긴 이익은 상당한 수준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에서는 단기수익 중심의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과 새로운 산업분야 발굴 등을 강조하고 있다. IMA사업자나 초대형 IB 선정 과정에서도 이러한 시각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증권사지만, 부동산PF에 자금이 집중되고 향후 발행될 발행어음도 이 분야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IMA 라이선스 취득으로 강점인 부동산 PF, 인수금융 등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브릿지론을 포함해 부동산PF 익스포저가 높고, 2024년부터 강화된 사업성 평가기준으로 인해 부동산PF 전반의 자산건전성이 저하됐다.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PF 신용공여 규모는 2조5700억원 수준이고, 이 중 매입 확약금액은 약 2조5400억원으로 증권사 중 단연 큰 규모를 보인다. 브릿지론 등 사업초기단계 부동산PF 비중도 업계 평균 대비 높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도 IMA 사업자 대비가 아니라, 부동산PF 익스포저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도 계속되면서 부동산PF가 금융시장 리스크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PF 관련 증권사가 보증을 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장기 대출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데,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할 경우 자본 건전성 지표인 NCR(순자본비율) 위험 값이 상승하는 문제가 있다.


IMA 사업자는 회사채 투자도 용이해지는데,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사를 맡은 회사채에 자체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당국에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의 발행어음이 다시 투자된다면, 발행사 입장에서는 더 유리한 금리로 조달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주관사로 선정할 유인이 된다. 하지만 공정한 회사채 금리 산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주관사의 입장과 회사채 투자자인 증권사의 입장이 상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를 야기한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IB나 IMA 사업자를 통해 모험자본 공급과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있어, 브릿지론 등 단기수익 위주의 상품에 라이선스가 활용되는 것을 저지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투자비중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며 "부동산 부문에 투자 비중이 쏠려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발행어음은 만기 1년이내 상품으로, 고객에게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회수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모험자본 투자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계열사 펀드에 출자해 적극적으로 모험자본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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