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주차 솔루션"韓 엠피시스템 기술력, BMW‧벤츠급"
국내의 고질적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 로봇주차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봇주차는 주차 공간의 효율화는 물론 화재, 추락 방지 등의 장점을 지녔음에도 국내에서는 규제 문턱에 막혀 대중화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로봇주차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주차 방식의 선진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교통체증과 주차난으로 세계적 악명을 떨쳐 온 태국이다. 로봇주차 솔루션의 모범 사례로 평가되는 태국의 수도 방콕을 찾아 국내 주차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방콕=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셈페르엠이 보유한 로봇주차 기술인 엠피시스템(MPSystem)은 완성차에 비유하자면 독일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 해당된다. 퀄리티 컨트롤(품질관리) 등에서 다른 국가의 경쟁 업체들보다 확실히 앞서있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 업체가 아닌 한국의 셈페르엠과 손을 맞잡은 이유다."
지난 6일(현지시간) 방콕 현지에서 만난 아비람 시타칼린(Abhiram Sitakalin) 파크플러스 대표는 셈페르엠을 사업 파트너로 삼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86년생으로 방콕의 젊은 CEO인 시타칼린 대표는 현지 기아 딜러사이자 로봇주차 운영‧관리업체인 파크플러스(PARKPLUS)를 이끌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항공 우주공학(Space and Aerospace Engineering) 석사 학위를 획득했을 만큼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셈페르엠은 삼표그룹의 로봇주차 계열사인 에스피앤모빌리티(SP&Mobility)의 2대 주주로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본래 독자적으로 로봇주차 비즈니스를 전개해 오다가 삼표그룹을 우군으로 맞게 됐다. 정대현 삼표그룹 부회장이 60%의 지분을 태워 2022년 10월 합자법인인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했다. 에스피앤모빌리티가 국내 영업을 담당하고, 해외 사업은 셈페르엠이 전담한다. 해외에는 태국을 비롯해 스페인, UAE(아랍에미리트), 멕시코 등 12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파크플러스는 셈페르엠으로부터 시스템 구축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 받아 태국에서 로봇주차 운영을 도맡는다. 현지 A/S(애프터서비스)도 파크플러스가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셈페르엠은 설비를 설치한 후에도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부품 공급 등을 통해 파크플러스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타칼린 대표는 "20여년 전 태국의 땅값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공간 효율성이 뛰어난 로봇주차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특히 셈페르엠의 자체 기술인 엠피시스템(MPSystem)은 수용할 수 있는 차량 사이즈에 별다른 제한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강점으로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태국은 국가 구분없이 관세가 동일하다는 것도 한국 업체를 택하게 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2013년 셈페르엠과 첫 만남을 가진 시타칼린 대표는 2년 후인 2015년에 첫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방콕의 주거시설인 '하이드 수쿰빗(Hyde Sukhumvit 11)'에 로봇주차 1호 영업점을 마련했다. 그는 "사업 초기에는 설계사, 건축주 등을 일일이 찾아가 로봇주차의 우수성을 설명해야 했지만, 지금은 고객들로 부터 먼저 설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수도 방콕과 제2의 도시인 파타야 등에서 14개의 현장을 운영 중이며, 내년까지 2곳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타칼린 대표는 태국에서 로봇주차가 활성화 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규제 문턱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태국은 120㎡당 1대의 주차공간이 필요하다는 규정이 있지만, 한국처럼 법망이 촘촘하지 않아 특정 건물에 기계식 주차 설치를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상업시설, 공공주택, 호텔, 병원 등 다양한 건물에 로봇주차를 도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계식 주차에 대한 선입견도 한국 시장에서 로봇주차 대중화가 더딘 이유로 꼽았다. 한국은 철골 구조의 팔레트(Pallet)에서 시작된 탓에 기계식 주차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을 거라는 진단이다. 시타칼린 대표는 "한국은 팔레트 주차 도중 추락 등의 사고가 발생해 기계식 주차에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달리 태국은 로봇주차로 기계식 주차가 시작된 편이다 보니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거리낌이 없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시타칼린 대표는 현재 3억달러(약 4364억원) 규모인 태국의 로봇주차 시장이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 태국 주차 시장 분위기를 보면 자주식보다는 기계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며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인근 국가는 정치 불안전성이 높은 데다가 로봇주차 수요도 일관되지 않은 만큼 태국 시장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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