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AI·리벨리온, 상장 무산 우려…주관사 '촉각'
미래에셋·삼성證 대표주관, AI반도체 쌍두마차로 관심↑…시장 상황 면밀히 관찰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5일 10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가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와 인수·합병(M&A) 논의 중으로 알려지면서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기업가치만 3조~4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는 퓨리오사AI가 M&A로 국내 증시 상장을 미루거나 취소하면 대어급 종목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삼대장'으로 불렸던 리벨리온(사피온과 합병) 역시 IPO를 낙관할 수 없어 대표주관을 맡은 삼성증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텔레콤 계열사 사피온Inc이 최대주주인데 최근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 작업으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단위 대어급 종목들의 IPO 추진여부가 불투명해지며 주관사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퓨리오사AI M&A(그래픽=신규섭 기자)

◆메타가 점 찍은 퓨리오사AI…"진정성에 의문"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최근 미국 메타와 지분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려지지 않았지만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 측정 방식과 매각가 관련 조율을 논의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M&A 소식은 퓨리오사AI가 그간 지지부진했던 IPO 및 투자유치 촉진을 위해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추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퓨리오사AI는 2017년 4월 설립한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며 현재까지 '워보이(Warboy)'와 '레니게이드(RNGD)'를 공개했다.  RNGD는 전력 효율을 이전 제품 대비 300% 개선해 대량의 데이터를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어 실시간 추론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가 최대 4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국내에서의 지배적인 평가다. 상품 개발과 상업화 과정에서 AI반도체 3대장(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 중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이에 지난해 4월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 NH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해 IPO를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자 구조가 장기화되며 IPO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적자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2018년 매출액 300만원, 영업손실 10억원에서 2019년과 2021년에는 매출액이 제로(0)에 수렴했다. 2022년 매출액 3억992만원과 영업손실 501억원, 2023년 매출액 36억원과 영업손실 6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파두 사태로 기술특례 기업의 상장이 어려워진 것도 퓨리오사AI의 IPO 시점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2023년부터 진행 중인 시리즈 C 투자 유치가 난항을 겪는 등 시장의 관심도 시들어 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와의 M&A 논의가 알려지며 퓨리오사AI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되살아나며 IPO에도 청신호가 들어왔지만 주관사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퓨리오사AI가 상장을 미루거나 포기할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퓨리오사AI가 상장을 철회해도 당장 두 회사가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조단위 대어급 종목의 주관을 놓치게 되는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며 "이 경우 AI반도체 팹리스 IPO에선 퓨리오사AI 대신 리벨리온의 주관을 맡은 삼성증권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동훈 부장)

◆퓨리오사AI 포기한 삼성증권, 리벨리온으로 웃을까


퓨리오사AI가 메타에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리벨리온과 IPO 주관계약을 체결한 삼성증권도 재조명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퓨리오사AI IPO에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4월 대표주관사로 낙점된 후 삼성증권은 공동대표주관을 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관사 참여를 포기했다. 이후 NH투자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삼성증권 자리를 대신했다.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한 국산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알고리즘과 추론 연산에 특화된 AI칩들을 설계·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 제품 대비 3~4배 우수한 에너지효율성을 지닌 '아톰'을 kt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경쟁 기업이던 사피온을 흡수합병하며 다시 몸집을 키웠다. 최근 투자한 VC들로부터 기업가치를 8000억원으로 평가하는 등 꾸준하게 성장 중이다. 리벨리온이 사피온 합병을 추진하던 7월, 삼성증권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을 제치고 대표주관사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리벨리온 역시 상장예비심사 승인 전까지 IPO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사피온Inc()가 SK텔레콤의 계열사인 만큼 SK그룹의 리벨런싱 과정에서 퓨리오사AI처럼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이유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고강도의 리벨런싱을 진행 중이다. 그간 적극적인 M&A로 그룹의 몸집을 불려왔다면 최근 재무구조와 기 업구조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종속회사를 대폭 줄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SK그룹 리벨런싱 과정에서 현금 확보를 위해 추가로 계열사 매각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리벨리온의 IPO 여부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직후 엔비디아 주가가 요동치는 등 국제적으로도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등 국내 AI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의 향방도 가변성이 커진 만큼 주관사들도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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