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바르셀로나=전한울 기자] 전날 저녁 초겨울 칼바람이 무색하게 온화한 지중해 볕이 들어섰다. 전날 오전 사람 한 명 없던 전시관 인근은 이른 아침부터 전 세계서 몰려든 인파로 아득해졌다. 오후에는 한바탕 소낙비까지 몰아치면서 현장 관계자와 관람객들이 안도할 틈도 주어지지 않았다.
올해 MWC는 다이내믹하다. 국내서 '만년 3위'로 불리던 LG유플러스가 MWC에 첫 출격하며 본격적인 인공지능(AI) 경쟁에 돌입했고 해외선 중국기업들이 한층 거센 신제품·기술 공세를 펼치며 국내 통신·제조업계를 위협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관람객들의 열띤 방문으로 이어졌다.
3일(현지시각) 오전 8시30분경 MWC 2025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 방문해보니 입장이 막 시작된 시간부터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글로벌 최대 모바일 박람회란 점을 입증하듯 각기 다른 인종, 언어가 뒤섞여 초대형 비즈니스 장의 분위기를 물씬 자아냈다.
1, 2관을 지나 3관에 도착하면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부스가 서로 마주보는 형상이 이목을 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선보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대신 AI데이터센터(AIDC)에 한층 힘을 줬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엣지' 등 신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특히 각 산업군 '대장주'로 불리는 양사는 올해도 대외 교류를 이어가며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했다. 이날 오전 9시경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부사장)과 인사를 나눈 뒤 갤럭시 AI·확장현실(XR) 헤드셋 등에 관심을 표했다.
양사 주요 관계자의 현장 교류에 유튜버로 추정되는 일부 외국인 관람객들도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한국 산업 거물 두 명이 현장에서 직접 사업 논의를 진행 중인 진귀한 상황"이라며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기도 했다.

올해 첫 단독부스를 마련한 LG유플러스도 3관 중심부에서 게임 AI 등 체험형 전시를 통해 관람객 맞이에 집중했다. KT는 4관 입구에서 'K-포차', 'K팝' 등 한국적인 전시관을 통해 AI를 홍보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번 행사가 한층 다채로워진 요인 중 하나는 중국기업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샤오미가 괄목할 만한 약진을 보였다.
샤오미는 이번 MWC 일정에 맞춰 스마트폰 라인업 '샤오미 15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번 시리즈는 '라이카 주미룩스(Leica Summilux)' 광학 렌즈로 중무장하며 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아울러 부스에 'SU7 울트라' 등 전기차 시리즈를 전시하면서 이를 보거나 탑승하려는 관람객들로 오전, 오후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MWC 참가 업체 관계자는 "올해 한국과 중국 기업들의 라이벌 구도가 한층 선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 중국 기업들의 사업, 기술적 약진이 전시장 분위기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며 "'기술력은 한국'이란 오랜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울림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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