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차량용 팹리스 반도체 업체인 텔레칩스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발을 완료하더라도 고객사 확보에 따른 상용화 수요가 양산의 전제 조건인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
텔레칩스는 신제품 사업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인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드는 등 부진을 겪었다. 이를 만회하려면 신사업에서 수익이 나야 하지만 양산 시기가 불명확한 점이 치명적인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텔레칩스는 최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18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전년 168억원에서 70.95% 줄었다. 또한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366억원, 당기순손실 385억원으로 각각 적자 전환됐다.
전방 산업인 자동차 시장의 수요 위축으로 매출이 줄고, 인력을 확충하면서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탓이다. 순손익 적자 전환에는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칩스앤미디어 보유 지분에 대한 평가손실이 반영됐다.
특히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신사업 확장에 따른 인력 충원으로 판관비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텔레칩스의 누적 판관비는 564억원으로 직전 연도 동기 474억원보다 18.9% 증가했다. 직원 수는 같은 기간 395명에서 463명으로 늘었으며, 1인 평균 급여액은 1251만원 증가한 6065만원이었다. 텔레칩스 관계자는 "최근 사업 분야를 확장하면서 개발 및 해외 판매 인력 등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인건비를 늘린 배경에는 텔레칩스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흐름이 있다. 이 회사는 기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사업뿐만 아니라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네트워크 게이트웨이, 차세대 마이크로컨트롤러(MCU) 통합 칩, AI 가속기 칩 개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단일 칩을 시스템 인패키지(SiP) 형태로 판매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사업 다각화와 미래를 위한 투자라지만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비용이 증가하면서 재무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3년 97억원에서 18억원으로 82% 감소했다. 단기 차입금도 전기 말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유동비율은 140%로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는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년 동기 244%보다 100% 이상 줄었고 동시에 부채비율이 증가한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신제품이 아직 개발 중인 만큼, 양산 시점이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텔레칩스에 따르면 네트워크 게이트웨이 칩과 AI 가속기 칩은 아직 개발 중이다. 네트워크 게이트웨이 칩의 경우 현재 엔지니어링 샘플이 나왔으며 2025년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지만 AI 가속기 칩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 완료된 후에도 고객사 수주 및 상용화 시점에 따라 양산이 결정되는 만큼 수익 창출 시점도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신사업을 통해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텔레칩스 측도 신사업 분야 제품들의 상용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회사 관계자는 "개발이 완료된 직후에 바로 양산 수량이 많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점점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우선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목표한 대로 양산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 시점에 따라 투자 비용 회수 시점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 관계자는 "같은 분야에 경쟁 업체들이 있는 만큼 개발된 신제품이 팔리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연구 개발이 이어져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양산이 지연된다면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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