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에 '빅 이슈어'가 대거 몰려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높아지고 발행시장의 강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배터리, 건설 등 경기 악화 등으로 실적에서 이슈가 있는 업종의 기업도 무난하게 조달을 마친 상황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요예측에 참여한 금액은 40조3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수요예측에서 2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기업만 4곳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조 5100억원, 삼성증권 2조 3900억원, 한국항공우주 2조 3600억원, 미래에셋증권 2조 1600억원 등이다.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모은 기업도 LG화학, 코웨이, 현대제철, SK가스, 신세계, SK하이닉스, 대상 등으로 파악됐다.
이달에도 LG에너지솔루션이 수요예측을 통해 3조7450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KB증권(3조1000억원), 코리아에너지터미널(1조1450억원), 현대트랜시스(1조5920억원) 등도 '조 단위' 흥행을 이어갔다.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은 등급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순조롭게 조달을 마쳤다. 실적이 부진한 2차전지 및 석유화학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연달아 성공했다. AA-등급인 한화토탈에너지스는 2년물 1000억원, 3년물 1000억원 발행에 각각 5500억원, 4600억원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회사채 수요예측을 성공리에 마쳐 1조6000억원까지 발행규모를 늘렸다. A+등급인 한화에너지와 SK케미칼은 1000억원 모집에 7배가 넘는 유효수요를 확보했다.
수요예측 미달 사례는 보증채인 'SE그린에너지' 단 한 건이었다. 시장에서 보증채를 선호하지 않는 탓에 800억원 모집에 6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쳐 미달을 기록했다. SE그린에너지의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추가 청약을 받아 미매각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종도 무난하게 회사채 발행 절차를 밟고 있다. BBB+ 등급인 건설채 발행사 HL D&I 한라는 1년 전 '무응찰'이라는 굴욕을 겪었지만 올해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지난11일 SK에코플랜트도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988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모집자금의 6배가 넘는 투자금이 몰렸다.
실제 기업자금 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크레딧 스프레드도 큰 축소폭을 그리고 있다. 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 차이를 보여주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신용안정성이 높아지거나 크레딧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커질 때 축소된다. 지난해 12월 2일 크레딧 스프레드는 69.0bp에 달했지만 이날 12일 오전 기준 59.2bp까지 줄어들며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연초 회사채 발행시장의 강세 기조는 2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월은 결산 자료 제출과 주총 등으로 인해 회사채 발행 '비수기'로 꼽힌다. 연초 발행시장 강세의 주요한 동력인 채권 자금 유입이 3월 중순 이후에는 1분기 말 요인으로 인해 유출로 전환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월 초 회사채 수요예측은 경쟁률은 높아지고 발행 스프레드는 낮아지면서 더 강세를 보였다"며 "회사채 시장의 계절적 요인을 감안할 때 회사채 발행물 투자 수요는 2월 말까지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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