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SK하이닉스가 국내 고대역폭메모리(HBM) 캐파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HBM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집중 생산할 예정인 HBM3E 12단은 웨이퍼 소요량이 많아서다. 이 회사는 국내 캐파 확대를 통해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11월 준공 예정인 충북 청주 M15X 팹(fab) 가동에 앞서 이달 말부터 경기 이천캠퍼스의 D램 전공정 팀장급 인원 일부를 이동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M15X는 기존 M15 팹의 확장형으로, 차세대 D램 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20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팹 건설도 마찬가지로 순항 중이다. 이곳 팹은 총 4기로, 한 기당 클린룸 6개씩 총 24개가 들어간다. 가장 먼저 들어설 1기의 착공 시기는 당초보다 2개월 앞당겨진 내년 1월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단지 조성을 위한 토목공사는 80%가량 진행됐고, 인근에 위치한 354kV(키로볼트) 변전소 공사도 상당 수준 진척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클린룸은 통상적으로 하나씩 공사를 진행하는데, SK하이닉스는 완공 시기를 앞당기고자 1기 팹의 클린룸 2개를 동시 착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높은 수익이 보장되고, 공급이 타이트한 HBM을 집중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 HBM3E 12단 출하가 개시되면 SK하이닉스의 D램 내 HBM 매출 비중은 40%(올해 30%)에 이를 전망이다. HBM 영업이익만 1.5배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BM3E는 같은 선단 제품인 DDR5 대비 크기는 크지만 수율은 낮고, 8단에서 12단으로 적층 단수가 높아지면 큐브(Cube)당 다이(Die)도 절반가량 늘어나 웨이퍼 소요량이 많다. 캐파 확대가 필수적인 까닭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월별 D램 생산량을 올해말 기준 46만5000장, 내년말 기준 54만장으로 보고 있다.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될 시 각각 10만장, 80만장의 캐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국 공장 설립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점도 국내 투자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5조6000억원을 들여 미국 인디애나주에 첫 반도체 패키징 공장 설립을 앞두고 있는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보조금 등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아졌다.
시장 한 관계자는 "(미국 내 캐파 투자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밸류체인에 위치한 마이크론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자국 기업을 더 보호하는 차원에서 보조금 지급이 미뤄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보조금이 확정된다고 해도, 미국 정부와의 연결고리가 잘못하면 족쇄가 될 수 있어 회사 측에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HBM 공급과잉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HBM은 매년 가격과 수량이 확정돼 거래되는 시장이고, 다이 크기가 커 생산 물량을 대폭 높이기도 힘들어 이같은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전망이 높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현시점에서 AI 반도체나 HBM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내년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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