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동성 점검롯데물산 리포지셔닝, 그룹 담보 역할 '중책'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이자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한편 자산재평가·자산유동화·사업구조조정·비핵심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이 같은 노력에도 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유통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부진 탓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앙으로 꼽힌다. 이에 딜사이트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유동성을 비롯한 재무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롯데물산이 탄탄한 재무체력을 기반으로 그룹사 지원과 담보 제공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룹의 자산재배치 전략에 따라 우량자산을 소유하게 되면서 안정적인 현금조달 능력을 확보하면서다. 이에 더해 롯데물산은 최근 자산관리(프라퍼티 매니지먼트)부문을 확대하는 등 매출원 다각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롯데물산이 시그니엘 분양사업 종료에 따른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는 동시에 그룹 지원을 위한 현금창출력 강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에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선언 사유가 발생하자 보유하고 있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을 담보로 제공했다. 총 담보금액은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14개 회사채의 가격인 2조682억원 상당이다. 현재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지분 100% 소유주로 롯데월드타워 가격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물산의 그룹사 지원 및 담보 제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2022년 11월 롯데건설이 하나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3500억원의 자금을 차입할때도 420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했다. 해당 약정은 채무자인 롯데건설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롯데물산이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출자해 보충해준다는 골자다. 아울러 롯데물산은 올해 초 롯데건설이 구성한 2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샬롯' 펀드에 200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롯데물산이 그룹 내 중책을 맡을 수 있는 이유는 탄탄한 재무체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현금+단기금융상품+매출채권 등)은 4524억원 수준으로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은 비교적 적다. 다만 4조3711억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과 8조3795억원에 이르는 비유동자산 기반의 현금조달 능력은 롯데그룹 내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특히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월드타워 등 우량자산은 수천억원의 자금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는 그룹이 최근 자산재배치 전략을 통해 롯데물산에 우량자산들을 넘겨 놓은 덕분이다. 롯데물산은 앞선 2021년 롯데쇼핑(8313억원)과 호텔롯데(5542억원)로부터 ▲롯데월드타워 ▲롯데몰 소유권 ▲연결도로 ▲관련 동산 지분 일체를 1조3885억원에 양수했다. 이어 이듬해에는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자산개발 등이 가지고 있던 코랄리스(베트남 롯데센터 운영법인) 지분 77.5%를 1억2979만달러(당시 약 17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건물 자산을 통한 임대수입은 안정적인 캐시플로우의 토대가 됐다. 롯데물산의 영업이익은 2021년 804억원에서 2023년 965억원으로 20% 증가했다. 이는 시그니엘 분양사업 종료로 롯데물산의 매출이 2021년 7543억원에서 지난해 4706억원까지 감소하는 가운데 기록한 수익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기간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1년 5620억원→2022년 775억원→2023년 3356억원→2024년 3분기 누적 1042억원으로 양호한 수치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나아가 롯데물산은 최근 자산관리(프라퍼티 매니지먼트) 부문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분양사업 매출 감소분을 상쇄시키고 매출 다각화를 이뤄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회사는 2021년 롯데자산개발로부터 전국 롯데몰 8권의 관리 전권과 공유오피스 사업 운영권을 77억원에 넘겨 받았고 해외에서도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영업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물산은 최근 롯데리츠와의 연결고리를 확보하기도 했다. 롯데리츠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655억9600만원을 투입하며 지분 6.4% 확보한 것이다.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이 지분 50%를 보유한 부동산 자산관리사로 롯데백화점 강남점·구리점, 롯데아울렛,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롯데물산이 롯데쇼핑 오프라인 점포들의 영업관리 용역을 수행하며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롯데물산이 탄탄한 재무체력을 바탕으로 그룹 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줄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시간을 벌어다 줄 수 있는 계열사는 롯데물산 밖에는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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