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험난한 여정…5년 동안 대표만 3명
겉모습은 롯데지만 롯데가 아니다. 한때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였던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얘기다.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지주사체제 전환 뒤 금산분리 규제를 피하고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롯데캐피탈은 그대로 남았다. 롯데그룹 소속 금융 계열사가 흩어진 뒤 변화와 현재 상황을 짚어본다.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목표는 2019년 계약서에 서명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바로 기업가치를 높여 살 때보다 비싼 가격에 되파는 것이다. 롯데손보는 지금 새 주인을 찾고 있다. JKL파트너스가 차익을 실현할 자신이 생겼다는 뜻인데 롯데손보는 과연 5년 동안 얼마나 바뀌었을까.
우선 최고경영자(CEO)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지만 롯데손보의 경우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두 번이나 갑작스레 수장을 교체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최원진·이명재·이은호 등 모두 3명의 대표이사를 경험했다. 5년이라는 기간을 고려하면 교체가 잦았던 편이다. 보험사 등 금융사 최고경영자는 보통 첫 임기로 2년을 부여받는데 이은호 대표를 뺀 2명이 각각 1년 6개월, 9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성공적 보험사 투자 사례로 꼽히는 ING생명이나 롯데손보와 비슷한 시기 롯데그룹에서 나온 롯데카드가 사모펀드 품에 안긴 뒤 단 한 명의 대표를 둔 것과도 대조적이다.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되팔면서 2조원 넘는 차익을 남겼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을 대표이사 교체없이 정문국 대표 체제로만 운영했다.
잦은 대표 교체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또 고민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들어온 첫 번째 금융사인데다 보험업 특성상 다른 금융업과 비교해서도 사업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수장은 JKL파트너스에서 파견된 최원진 전 대표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뒤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는 일은 흔한 만큼 최 전 대표의 선임을 예견한 시선도 적지 않았다. 최 전 대표는 2019년 10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대표를 지냈고 이후로는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 전 대표 체제에서 롯데손보는 가장 먼저 조직 슬림화와 포트폴리오 조정 등 기업 체질을 바꾸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희망퇴직을 단행해 인원을 감축하고 점포 수를 축소했다. 자율 복장제를 도입하고 보고 방식을 서류에서 이메일로 바꾸는 등 업무 효율화 작업도 이어갔다.
롯데손보의 보험사업 수익구조를 바꾸는 작업도 이때부터 진행됐다. 전략은 간단했다. 수익성이 나쁜 자동차보험은 축소하고 장기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자동차보험은 손보사 대표 상품으로 다른 보험상품에 가입시키기 위한 매개체 등 역할을 하지만 손해율이 높은 탓에 수익성은 좋지 않다.

2021년 3월 최 전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보험 전문가로 꼽히는 이명재 대표가 새로 취임했다. 최 전 대표의 임기가 남은 상황이라 갑작스럽긴 했지만 JKL파트너스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롯데손보의 기업 체질을 어느 정도 개선한 만큼 본업인 보험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롯데손보는 2019년과 2020년 2년째 적자 상태를 이어가고 있었다. 2020년 실적 악화는 코로나19로 대체투자 부문에서 크게 손실을 본 탓이 컸지만 보험사업 실적이 개선되지 않은 점도 고민거리였다. 롯데손보의 원수보험료(특별계정 제외) 규모는 2018년 2조3738억원에서 2020년 2조2343억원으로 5.8% 줄었다.
이명재 전 대표는 2013년부터 3년 동안 알리안츠생명 대표를 지내면서 보험 포트폴리오 조정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시킨 바 있다. 이 전 대표 취임 뒤 롯데손보는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장기보장성보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서 실적도 회복됐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취임 9개월 만인 2021년 12월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대표의 빈자리는 다시 JKL파트너스 측 인물로 메워졌다. 이은호 대표다. 이 대표는 컨설팅회사 AT커니 출신으로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인수할 때 AT커니 컨설턴트로 롯데손보의 경영전략을 수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인수한 뒤 롯데손보 상무로 합류했다.
이 대표는 롯데손보의 장기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와 대체투자 자산 매각 등을 통한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에 신경을 쏟았고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롯데손보는 301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과 동시에 사상 최대 실적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열린 롯데손보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임기는 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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