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톺아보기스케일업, 텐센트 의존도 낮추는 '효자'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크래프톤의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Scale-up the Creative, 이하 스케일 업)' 전략이 중국 기업에 대한 사업 의존도를 줄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게임 스튜디오에 개발비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퍼블리싱 계약까지 이어가면서 매출처를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해 또한 외부 개발사에 대한 퍼블리싱 기회를 늘려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크래프톤의 중장기 목표는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퍼블리셔(유통사)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스케일업'이라는 이름의 성장 전략을 공개하며 내부 게임 제작 및 퍼블리싱 조직을 개편했다. 스케일 업은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시리즈(제작)와 신규 IP(퍼블리싱)에 대한 투자 전략이다. 특히 외부 IP 확보에 있어서는 개발사에 대한 지분 투자와 함께 퍼블리싱 계약까지 체결하며 동반 성장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크래프톤은 '스케일업' 전략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소수지분투자와 퍼블리싱 결합한 세컨 파티 퍼블리싱 확대를 전략적 방향성으로 수립했다"며 "지난해 총 10건의 투자, 올해 상반기엔 9건의 투자를 진행하며 '스케일 업' 가능한 크리에이티브 발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이 이처럼 퍼블리싱 역량을 높이는 배경은 중국 텐센트에 편중된 매출 구조와 무관치 않다. 크래프톤은 텐센트의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 '프록시마 베타(Proxima Beta)'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하고 있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프록시마 베타는 한국과 일본, 인도 등을 제외한 말레이시아, 필리핀, 홍콩,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권역 및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등 북미·유럽 지역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서비스 중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IP 기반 '화평정영'을 서비스하며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크래프톤의 전체 매출 가운데 텐센트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전체 매출 6659억원 중 50.3%인 3349억원이 텐센트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크래프톤이 텐센트에 대한 높은 집중도를 줄이고 동시에 경쟁력 있는 IP를 확보하기 위해 퍼블리셔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에 대한 시장의 중간평가는 긍정적이다. 크래프톤이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를 퍼블리셔로 두고 있는 '언노운월즈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데 이어 스케일 업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 스튜디오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텐센트에 대한 매출 의존도도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텐센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20년 68.1%에 달했지만, 2021년 62.6%, 2022년 55.7%, 2023년 53.9% 순으로 연평균 7.5%씩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이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게임의 장르, 플랫폼, 지역 등 매출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특정 지점에 매출이 쏠려있다는 것은 해당 부문에서의 매출 조정 효과에 취약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도를 평가하는 관점에서도 이 회사가 매출처를 다변화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속 실행해 오고 있는 '스케일업' 전략은 자체 개발 게임과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해 크리에이티브를 발굴하고 성장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자체 개발 및 산하 크리에이티 스튜디오 개발 중심에서 외부 개발사 지분 투자와 퍼블리싱 기회를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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