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삼성의 格
MZ세대 놓친 삼성강남...'와우' 사라진 갤럭시
① 문제의식, 위기의식 사라진 임원들에 실망한 MZ 직원들...애플에게 스마트폰 출하량 마저 1위 내줄 위기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1일 13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 갤럭시 Z플립5와 Z폴더5를 공개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편집자주]우리가 알던 삼성이 없어졌다. 이건희 선대 회장 시절 삼성전자는 남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초격차, 세계일류, 남들과는 다른 혁신이 핵심이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삼성의 기술은 늘 경쟁사를 압도했고 가전, 휴대폰, TV 등 삼성의 제품은 늘 세계 1위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지금의 삼성은 예전과는 다르다. 혁신은 보이지 않고 기술력은 경쟁사와의 격차가 좁혀졌다. 변화와 혁신은 사라졌고 제품은 평범해졌다. 직원들 역시 이러한 삼성에 실망하며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꺼져가는 혁신의 불씨를 누군가는 다시 지펴야하지만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 1993년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필요할 때다.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이 애플에 대적하기 위해 삼성 강남을 오픈한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친구들도 방문하고 나서는 다들 '삼성이 또 삼성했다'는 반응입니다."(27세 직장인 최모씨)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를 겨냥한 것도 아니고, 3040세대를 겨냥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거 딜라이트샵처럼 강남의 랜드마크로 만든 것도 아니고, 애매한 느낌입니다."(34세 직장인 박모씨)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을 대표했던 '갤럭시' 브랜드가 흔들리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브랜드로 삼성은 물론 한국을 대표했던 갤럭시 명성 여기저기에 금이 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그동안 중저가폰이 버티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아이폰15 출시로 애플에게 밀려 2위를 기록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야심차게 준비한 '갤럭시Z 플립 5' 폴더블폰 신제품도 초반 반짝 강세를 보이다 급격히 판매량이 줄어드는 '숏테일(Short-tail)' 현상을 보이며 기대 이하 성적표가 예상된다. 출시를 앞둔 애플 '아이폰15'를 위협하긴 역부족이라는 평가 속 직원들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삼성 강남, 뚜렷한 색깔 안 보여 '실패' 분위기 


19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애플스토어 5호점인 '애플 강남'을 잡기 위해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오프라인 매장 '삼성 강남'을 열었지만 사실상 대내외적으로 '실패'했다는 분위기다.


당초 '삼성 강남'은 '2030세대 놀이터'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기존 전자제품 매장과 달리 고객들과 소통하는 체험형 공간을 표방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기존 기획 의도를 달성하는 데는 합격점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남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수년 전부터 기획했던 오프라인 매장 치고는 MZ세대는 물론 기존 소비자들에게도 마케팅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큰 의미를 남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 팝업스토어를 열어 방문객을 끌어오고 있다. 그러나 또한 예상했던 만큼의 방문객이 오지 않자 결국 1차원적인 마케팅을 통해 억지로 손님을 모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장 인테리어도 벽지나 건물 벽, 공간 이용 등 애플 강남에 비해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과거 딜라이트샵과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IM)을 운영했던 삼성 답지 않게 한국에서 하는 언팩 행사에 맞춰 다급하게 매장을 오픈한 느낌"이라면서 "벌써부터 내부적으로 삼성 강남을 기획한 한국총괄 임원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삼성 강남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지난 8월 초 열린 DX(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 타운홀 미팅 때도 강남 삼성에 대해 직원들이 사실상 실패한 이유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블라인드 등을 보면 "삼성 강남이 망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 임원이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제품에 '와우'가 있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젊은 MZ세대들이 아이폰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이폰은 어린애들이 선망하는 것이고 비이성적인 선호도다"라며 "고등학생만 돼도 갤럭시 탭을 선호한다"고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는 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 특성상 내용이 과장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담겼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직원들 사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 내부에서 이번 삼성 강남의 실패와 타운홀 미팅 분위기가 현재 삼성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촉한 삼성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삼성 모바일 사업에 대한 문제의식과 불만, 위기의식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있었던 타운홀 미팅은 임원들이 가려져 있던 내부 문제점을 개선을 하거나 문제의식을 공유하려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임원들의 진정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일한 태도와 불편한 진실을 피하려는 모습에 직원들도 이제는 불만을 넘어 체념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일부 직원은 "모든 내용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한 두 개 답변 케이스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실망감이 크다"면서 "과거 삼성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애쓰며 노력했던 직원들도 이제는 삼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고 포기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노태문, 올해 2억2000만대 맞춰 '불호령'


특히 올해 삼성전자는 그나마 애플을 이겼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2년 삼성전자는 총 2억5790만대 스마트폰을 출하하며 시장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이 출하량 2억3220만대(점유율 19%)로 뒤를 바짝 쫓았다.


연초 삼성전자는 올해 총 스마트폰 출하량을 2억6000만대로 잡았으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스마트폰에서는 중국업체에 쫓기면서 사실상 2억1000만대 수준으로 목표를 낮췄다.


삼성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직접 나서 2억2000만대까지 출하량을 늘리라는 특별지시가 떨어졌다. 이에 영업부와 현장에서는 제품 밀어내기라도 해서 목표치를 맞추려는 분위기다. 이미 '갤럭시S23' 시리즈 가격은 공시지원금을 받으면 70만원대까지 떨어지게 된다. 


폴더블폰 역시 노 사장이 "올해 폴더블폰 판매량을 2022년보다 50% 이상 늘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추산되는 판매량을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폰 초반 사전 예약이 역대 최고를 기록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실제 폭발적인 판매량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하이엔드 스마트폰은 초반에만 반짝 빠르게 팔리고 급격히 판매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보편화 됐다"면서 "올해는 하이엔드만 파는 애플한테도 수량으로 밀릴 것으로 보여 출하량마저 애플한테 역전당할 위기"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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