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IRA 백서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을 해외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했다. FEOC로 지정된 국가의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경우 오는 2025년부터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럽연합(EU)은 이 기회를 틈타 적극적으로 해외 배터리 기업 유치에 나섰다. 독일, 헝가리, 폴란드 등 주요 EU 회원국들은 배터리 기업 유치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우호적인 투자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딜사이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일어나는 현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해외 주요 국가들의 배터리 생산 및 공급 현황을 분석해보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것들을 조명해봤다.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삼성SDI가 북미 투자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간 보수적인 투자기조로 질적성장을 이어온 가운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맞춰 본격적인 북미 공략에 나선 것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중 가장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며 수익성 우위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북미 공략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수율 안정화가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의 이번 2분기 실적이 주목 받은 것은 IRA 수혜 없이도 실적 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다. 매출은 5조8406억원, 영업이익은 4502억원으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23%, 4.9% 증가했고 매출은 4개 분기 연속 5조원 돌파 행진을 이어갔다. 영업이익률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높은 7.7%를 기록했다.
IRA 수혜를 실적에 반영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북미에 전기차 배터리 셀 공장이 없어서다.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팩 공장이 있지만, 배터리 팩은 IRA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질적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프리미엄 배터리 P5가 유럽 주요 고객인 BMW와 아우디 등 최신형 전기차에 탑재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미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은 전체 매출의 42%(8조4566억원)를 차지했다. 북미 비중은 24%(4조8143억원)로 유럽과 18%p 차이가 난다. 그 뒤로는 동남아시아 15%(3조190억원), 중국 13%(2조6616억원), 한국 6%(1조1725억원) 순이다.
그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 온 점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회사는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경쟁사와 달리 줄곧 시장 속도에 맞춘 적기 투자 시점을 두고 고심해왔다. 북미 증설 속도는 경쟁사보다 더뎠지만 이는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수익성 우위의 질적성장'이라는 기조는 현재도 그대로다. 다만 최근 미국 IRA로 해외 수주와 투자에도 서서히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달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2공장을 2027년 가동 목표로 건설하기로 했다. 생산능력은 34기가와트시(GWH) 규모이며 부지 위치는 검토 중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에서는 33GWh 규모의 1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5년 1분기 가동한다는 목표다. 1·2공장을 완공하면 향후 미국에서 스텔란티스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총 67GWh로 늘어난다.
앞서 지난해 회사는 제너럴모터스(GM)와 2026년 가동 목표로 연산 30GWh 이상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공장까지 건설하면 회사는 연 97GWh 규모의 북미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처럼 삼성SDI가 북미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텔란티스 1공장을 가동하는 2025년이 IRA 수혜 시작 시점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미공장의 수율 안정화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배터리 공장은 수율이 90% 이상 나와야 안정적인 본궤도에 올랐다고 보는데, 일반적으로 2년에서 4년이 지나야 수율이 안정화된다. 해외의 경우 전문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수율을 잡는데 국내 공장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는 편이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삼성SDI의 수익성이 경쟁사에 비해 좋은 이유는 보수적인 투자 기조 덕분"이라며 "향후 북미공장을 본격 가동한 후에도 질적성장을 위해서는 수율을 빠르게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는 신규 인력 양성과 사업장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공들이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신규 채용인원 7218명 중 해외 인원은 6304명에 달했다. 전년 해외 채용인원 5777명에서 500여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사업장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도 추진한다. 이는 AI와 센서가 공정을 총괄하고 무인운반차가 제품을 실어나르는 무인·자동화 시스템이다. 회사는 국내 천안사업장에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를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생산기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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