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맨' 자처한 남해화학 사외이사 후보들
대주주 견제 임무 망각한 채 "실적 도움주겠다" 다짐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9일 14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비료업체 남해화학이 오는 24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할 사외이사들의 약력 및 선임 배경 등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주주 독단경영 방지, 주주 보호로 대변되는 사외이사의 기본 책무를 망각한 채 "영업에 도움이 되겠다" 등 직원들이 취할 법한 사고를 지닌 인물들로 구성돼 있는 까닭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남해화학의 사외이사 후보자는 ▲이광수 ▲서완석 ▲박윤규 ▲박관열 ▲김세제 ▲윤병철 등 총 6인이다. 남해화학은 이들이 각 시도 의원직을 역임했거나 단위농협 조합장 출신인 점을 들어 사회공헌과 함께 비료·화학사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선임 사유를 밝혔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들 다수가 ▲경영진 견제 ▲내부거래 감시 ▲소액주주 권리 보호 ▲이사회 독립성 향상 등 사외이사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인물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실제 후보자들 가운데 사외이사로서 투명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이는 윤병철 후보자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지역사회 상생, 영업전략 수립 등 기업 임직원이 챙겨야 할 사안을 관장하겠다며 사내 CSR 및 영업직을 자처한 모양새다.


여수시의원을 지낸 서완석 후보자는 "다년간의 시의회 경력을 통해 남해화학이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시의원 출신인 박관열 후보자는 한 술 더 떠 "회사의 영업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한 "경기도의회 의원직 수행을 통해 지역의 민생과 변화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남해화학이 수도권에서 내수 영업 전략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단위농협 조합장 출신 후보자 3인(이광수, 박윤규, 김세제) 역시 박 후보자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광수 후보자는 "내수비료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며 "다년간 지역농협조합장으로서 농업 현장에서 소통하고 쌓아온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회사가 시장 트렌드에 발맞춘 영업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제 후보자도 "본인은 경기 태안 지역 조합장을 다년간 역임해 경기 지역의 농가 현장에 대한 이해가 매우 깊다"며 "이를 바탕으로 경기지역에서 남해화학 제품 홍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장은 후보자들이 사외이사의 기능적 측면을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지역사회 챙기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차원에서 긍정적 행보로 평가받는 일이다. 하지만 경영감시 의무를 부여 받은 사외이사가 중점적으로 살펴볼 사안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영업활동을 강조한 점 또한 이해하기 어렵단 반응도 나오고 있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에 속하지 않으면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인사란 점에서다.


아울러 시장은 농협 출신 사외이사 후보자 3인의 경우 선임 시도 자체가 이사회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키우는 행위로 보고 있다. 남해화학의 최대주주가 농협경제지주(농협 유통부문, 56%)인 만큼 경영진 견제 역할에 물음표가 붙을 수 있고 회사와 사외이사 간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남해화학  측은 사외이사 후보자들의 적격성에 대해 "각 지역에서 시도의원, 조합장을 맡은 만큼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현장을 반영한 영업전략 수립 및 ESG경영 확립을 위한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남해화학은 지난해 진행된 ESG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이 회사는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 모두 C등급을 받았는데, 지배구조의 경우 이사회 독립성여부가 등급 등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ESG연구원 관계자는 "당 연구원은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 소집공고 등에 기재된 사외이사의 약력 등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 결여 여부 등을 판단한다"며 "등급 산정에는 기본평가에 더해 심층평가가 포함되며 이사회의 독립성 여부는 점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심층평가에 속하므로 사외이사의 면면이 ESG등급 결정에 중요한 사안이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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