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 자회사 크러스트 유니버스(Krust Universe)가 자체 개발 블록체인인 클레이튼 사업에서 손을 뗀다. 대신 클레이튼 운영은 클레이튼 재단(Klaytn Foundation)이 담당한다.

업계는 카카오가 클레이 시세 복구와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 등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한계를 느끼고 사업 방향성조차 잡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28일 가상자산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크러스트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대부분 인력이 클레이튼 재단으로 이동했다. 

크러스트는 클레이튼 관련 사업은 클레이튼 재단으로 이관하고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가상화폐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 사업을 포함해 클레이튼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적용하는 프로젝트 활성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카카오가 클레이튼을 재단으로 이관한 가장 큰 이유는 관련 사업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클레이튼은 카카오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자회사다. 당초 클레이튼 블록체인을 개발한 개발사였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활용한 여러 사업들은 크러스트의 자회사 그라운드엑스가 담당했다.

2019년 클레이튼 메인넷이 공개된 후부터 2021년까지 약 3년 동안 그라운드엑스가 주도해 나름대로 클레이튼 생태계를 키워왔다. 하지만 시장으로부터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클레이튼 사업을 크러스트로 모두 이관했다. 당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접 싱가포르를 찾아 현지 법인화와 더불어 기존 클레이튼 재단 운영 시스템을 모두 크러스트로 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러스트 역시 클레이튼 사업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카카오의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크러스트의 매출액은 약 8억4000만원이었다. 클레이튼 관련 사업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1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전분기의 매출액은 3700만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다만 유무형자산 처분 이익은 9억3000만원으로 영업이익보다 많았다. 이는 크러스트가 보유하고 있던 클레이 등 가상자산을 매도하고 벌어들인 수익으로 보인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보다 가상자산을 팔아 번 이익이 더 크다는 의미다. 

클레이의 시세 역시 회복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에 따르면 클레이는 27일 현재 400원대에 거래 중이다. 최근 클레이튼의 토크노믹스 변경과 클레이튼 재단으로의 사업 이관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반영돼 지난 1개월 동안 약 60% 상승했지만 여전히 지난 2021년 최고가였던 5600원 대비 92% 하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