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LG이노텍의 재고자산 규모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상황과 연동된다. 지난해 3분기 말 재고자산 규모가 급증한 것도 중국 내 애플 아이폰 최대 생산기지인 폭스콘 정저우 공장 폐쇄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애플이라는 든든한 고객사가 양날의 칼로 떠오른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LG이노택의 재고자산 잔액은 2조348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68.72% 증가했다. 재고자산 규모는 지난해 3월 말 1조6726억원에서 3개월이 지난 같은 해 6월 말 1조4324억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3분기 들어 다시 늘었다.

재고자산이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는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이었다. 업계에서는 아이폰 10개 중 7~8개에 LG이노텍이 만든 카메라 모듈이 사용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 재고는 1조9245억원으로 전체 재고의 81.95%를 점했다. 특히 완제품 재고가 1조원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카메라 모듈 완제품 재고가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 10월 신제품인 아이폰14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생산량 물량을 어느 정도 비축했다. 지난해 연초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기존 전장부품 사업부에서 광학솔루션 사업부로 이관하면서 관련 물량이 쌓인 영향도 있었다.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친 요인은 중국 정저우 공장 폐쇄 사태다. 정저우 공장은 전 세계 아이폰 출하량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하반기 정저우 공장의 아이폰 생산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지난해 3분기 말 재고자산회전율은 8회로 전년 말 대비 3.4회 떨어졌다. 아직은 견조한 수준이지만 워낙에 떨어지는 속도가 빨랐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회전율이 낮을수록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늦다는 의미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LG이노텍의 영업이익은 정저우 공장의 생산 차질에서 비롯된 광학솔루션 출하 약세로 인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다"며 "그래도 지난 1월 들어 아이폰 생산 차질 이슈가 해소되면서 이연 수요가 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말 정저우 공장 이슈가 해소되면서 연간 재고자산 잔액은 정상 수준까지 내려갔을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해 말 중국 현지 언론인 관영 허난성 TV는 정저우 공장이 생산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아이폰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저우 공장의 최대 수용인력은 30만명인데 적어도 20만명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LG이노텍의 재고자산이 급증한 이유는 중국 정저우 공장의 아이폰 생산 차질이 밀린 이유가 크다"며 "공장이 정상화되면서 연말 재고자산 규모는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밀려있던 아이폰 생산이 재개 영향으로 1분기 생산이 늘어나면 앞으로도 재고자산은 문제없이 관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