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SK에코플랜트(A-/안정적)가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배를 웃도는 5000억원 수준의 투자수요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공모 조달에 성공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에게도 청신호가 켜졌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이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508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1년물(300억원) ▲1년6개월물(400억원) ▲2년물(300억원) 등으로 트렌치(trenche)를 구성한 SK에코플랜트는 1년물에서 960억원, 1년6개월물에서 1990억원, 2년물에서 2130억원을 각각 모았다.

2년물에서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웃돈 수준에서 들어온 2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다. 통상 밴드 상단을 넘는 금리에 대한 주문은 유효수요로 집계하진 않지만, 이 주문까지 포함하면 투자수요는 총 5280억원 수준이 된다. SK에코플랜트는 이날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금리 수준을 고려해 최대 2000억원 내에서 증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모집금액을 넉넉하게 웃도는 자금을 받은 것 뿐만 아니라, 모든 회차에서 개별민평금리 보다 낮은 조건으로 모집액을 채웠다. 1년물은 SK에코플랜트의 개별민평금리 대비 10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1년6개월물은 개별민평 대비 11bp 낮은 수준에서 각각 완판됐다. 2년물은 개별민평금리 보다 25bp 낮은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어 건설채 투심이 위축된 상황에도 SK에코플랜트가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둔 배경으로는 낮은 주택사업 의존도와 시장친화적 조달전략 등이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 BBB급 건설사가 투자수요를 채우지 못하면서 건설채에 대한 우려가 이어져왔고, SK에코플랜트의 흥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만기구조에서 1년물을 포함해 최대 2년물 등 단기물 중심으로 트렌치를 구성한 데 이어 희망금리밴드도 회차별로 최대 100bp 넘는 가산금리를 제시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조건을 앞세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견조하게 지속되고 있는 리테일 고객의 고금리 채권수요와 함께 SK그룹 계열사라는 신인도, 향후 점진적으로 건설사업 비중을 줄여 나간다는 사업 비전 등이 투자수요를 끌어 모았다"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0년 이후 환경·연료전지 등 신규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SK에코플랜트의 주택 포함 건축부문 매출비중은 24.1% 수준었다.

회사채 발행을 앞둔 건설사들도 이날 SK에코플랜트의 흥행에 힘입어 자금조달 기대감이 높아지게 됐다. 오는 20일 한국토지신탁(A-)을 포함해 신세계건설(A0), 롯데물산(AA-), 현대건설(AA-), GS건설(A+) 등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이달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한편 이날 SK에코플랜트와 동시에 수요예측을 진행한 포스코케미칼(AA-/안정적), HD현대(A/안정적) 등도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다. 일반 기업으로는 올해 첫 ESG 채권을 발행한 포스코케미칼은 2000억원 모집에 1조5500억원의 자금을 받았고, HD현대도 500억원 모집에 2620억원의 매수자금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