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현금배당 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까지 크게 확대하면서 중장기적인 주가부양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총주주환원율 목표치를 일제히 상향한 만큼 향후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 또한 크게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지주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둔 가운데 한층 강화한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았다. 신한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30%로 지난해 대비 4%포인트(p) 상승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33%와 27%로, 전년대비 각각 7%p와 1%p 상승했다. 우리금융 총주주환원율은 30%로 전년대비 4.6%p 늘었다. 

총주주환원율이 상승한 데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늘린 영향이 컸다. 실제 배당성향만 놓고 보면 신한금융 배당성향은 지난해 25%에서 23.5%로 줄어들었고, KB금융은 전년과 동일하게 26.0%를 유지했다. 하나금융 배당성향은 27%로 전년대비 1%p 오르는 데 그쳤고, 우리금융 배당성향은 26%로 전년대비 0.71%p 오르며 1% 미만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신한금융은 상·하반기 각각 1500억원씩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을 40%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5월 75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 1750만주의 보통주 전환에 대해 유통 주식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KB금융은 자사주 3000억원을 매입하고 즉시 소각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15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2분기 이후 총주주환원율 4% 수준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기로 했다. 

금융지주들이 실적 발표와 함께 2월 한 달 동안 단행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는 지난 한 해 동안의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금융지주들이 올해 총주주환원율을 예년보다 확대할 것으로 밝힌 만큼 이와 같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추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현금배당성향은 30%를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주 매입·소각이 상당폭 확대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정부와 당국이 금융지주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고, 올해 실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향후 자사주 관련 주주환원정책 규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총주주환원율 목표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올해 경기 침체로 이익이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당국과 정부 등에서 배당과 관련해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 제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적절히 활용한 주주환원정책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통상 소액 주주들은 현금 배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많은 지분을 보유한 장기 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선호하는 상반된 경향이 있어 두 가지를 시기에 맞게 잘 병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