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활동을 통해 순수하게 남은 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으로 제품가격 및 수요가 줄어들고 원료가격이 상승한 데다, 이를 타개할만한 뾰족한 묘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같은 화학업체들이 사업구조를 변경해 흑자를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라는 의견이 나온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해 흑자를 유지했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내며 창립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조클럽 달성이 유력하다. 

롯데케미칼이 내부 재무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롯데케미칼 회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김교현 대표와 황진구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임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 매출의 76%를 책임지는 기초소재 사업부문 황진구 대표의 경우 지난해 12월 상무로 승진한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씨의 그룹 내 승계 작업을 원활히 하는 역할을 맡기 위해 유임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안에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9일 2022년 실적발표회를 열어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 22조2761억원, 영업손실 758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한 대신 매출액은 2021년 대비 22.9% 증가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인 불안정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분기별로도 봐도 실적은 하반기로 갈수록 악화됐다. 1분기에 흑자였던 영업이익은 2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도 2분기 -0.39%, 3분기 -7.46%, 4분기 -7.2%를 기록했다. 

실적 악화에도 롯데케미칼은 현금배당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회사는 118억원의 현금배당을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배당금은 주주총회일로부터 1개월 내에 지급하며, 주주총회 예정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전지소재∙수소에너지∙리사이클 등 3대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비전 2030 수립 및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미래사업 투자를 결정했다"며 "비주력 해외자회사인 롯데케미칼 파키스탄(LCPL) 매각을 추진하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한 해였다"고 말했다. 

올해 전망에 대해서는 "미∙중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세계 경제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과 중국발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등으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일진머티리얼즈의 인수 완료 및 고부가제품 확대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바탕으로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 했다.

이날 진행한 실적발표회에서 롯데케미칼은 타 회사들과 달리 CFO(최고재무책임자) 대신 전략기획본부장(CSO)이 주로 답변을 맡아 눈길을 모았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강종원 상무가 화학부문 CFO를, 김연섭 전무가 화학부문 CSO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