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김태현 성신양회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지만, 지원 세력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성신양회가 확보한 백기사는 김 회장 처가 회사인 중견기업 '인성'이 유일하다.

성신양회는 2021년 12월 8일 유진그룹 계열 건설·레미콘 회사인 동양이 '주식 5% 이상 보유 내역'을 공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점화됐다. 동양은 성신양회 주식 6.05%(148만2876주)의 보유한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동양은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시멘트 회사 주식을 매입해 왔고, 실제 삼표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 한일시멘트 등의 주식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분율이 1%대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동양이 성신양회를 대상으로 경영권 분쟁을 준비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이 회사 주식을 처음 취득한 시점은 2021년 6월 30일인데, 6개월 동안 105억원을 투입하며 대량 매집했다는 점은 설득력을 높였다.

경영권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성신양회도 대비책 강구에 나섰다. 통상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우호지분 확보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어법으로 꼽힌다. 성신양회는 금속 캔 및 기타 포장용기 제조업의 인성을 특수관계인으로 편입시켰다. 인성은 2021년 12월 2일부터 20일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성신양회 주식을 사들였다. 총 투입 금액은 25억원이며, 지분율은 0.78%다.

연매출 1900억원 규모의 인성은 성신양회와 사업적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김태현 회장 부인인 유수연 씨의 아버지, 즉 김 회장 장인이 1대주주로 있다.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12월31일까지 주식 매입을 마쳐야 한다. 동양의 지분 공시 이후 백기사를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가의 손을 빌리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성신양회 오너가의 우호 지분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만큼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작년 주총에서 이른바 '황금낙하산' 조항을 추가한 것도 지분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매수인에게 대규모 퇴직금 부담을 안겨주는 전략이다. 성신양회는 대표이사와 이사가 임기 중 해임될 경우 200억원, 50억원 각각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관을 새롭게 넣었다.

동양은 성신양회 왕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모습양새다. 작년 2분기 29억원 가량의 성신양회 주식을 추가로 매입, 지분율을 6.9%로 끌어올렸다. 이와 달리 성신양회 측 움직임은 전무하다. 김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의 지분 확대는 물론 새로운 백기사의 등장도 없다. 

작년 말 기준 성신양회 특수관계자의 총 지분율 33.8%로 집계됐다. 동양 측 지분이 즉각적인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방심하긴 이르다. 경영권 분쟁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50%에 달하는 일반 주주가 오너가 반대편에 설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것.

성신양회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이슈를 인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진 않은 상태"라며 "(동양 측 움직임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