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2023년 제1차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에는 약 35명의 벤처캐피탈(회원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협회는 이날 이사회에서 '제15대 회장 후보자 추천' 안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후보자 중 1명인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가 불참하며 정견 발표를 비롯한 후보자 추천을 차기 이사회로 연기하기로 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이사회에 앞서 후보 사퇴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와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달 말 지성배 회장 및 협회 원로와 각각 만난 자리에서 동반사퇴를 논의했다. 이후 김 대표는 사퇴서를 제출한 뒤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표는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이사회에 참석했다.

지 회장은 이사회 모두발언에서 두 후보의 동반사퇴 협의에 관한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으로 갈라진 지지층을 통합하고, 회원사 간 알력다툼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취지로 중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사진 가운데 일부는 지 회장의 모두발언 후 이번 이사회에서 '차기 협회장 후보 추천' 안건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 추천 절차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후보 추천 안건을 차기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정견 발표 일정도 미룰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지 회장은 딜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이사회 모두발언에서 후보 동반사퇴 협의에 관한 내용을 공유한 건 사실"이라며 "차기 협회장 선출을 공정한 잣대로 진행하기 위해 의장으로서 이날 후보자 추천 안건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두 후보가 동반사퇴에 대해 협의한 상황에서 사퇴하지 않은 후보를 단독 추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결정"이라며 "차기 이사회에서 후보자 추천을 재차 논의하기로 한 뒤 이사회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업계에선 지지층이 갈리는 두 후보 중 한 명을 뽑는 것보다 지 회장의 연임을 바라는 목소리가 꽤 높다"고도 전했다.

VC협회는 향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차기 협회장 후보 추천 안건을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남은 일정을 고려할 때 오는 17일 예정된 총회 전에는 사실상 이사회를 개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협회장 인선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지 회장이 협회장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 회장의 본래 임기는 총회(2월 17일)까지다.

한편 업계에선 윤 대표가 후보 사퇴 의사를 번복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표는 협회장 후보 인선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