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몇 년간 연구개발(R&D) 비용을 꾸준하게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유수의 글로벌 경쟁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대적인 규모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시장 일각에선 롯데칠성음료가 정체기에 들어선 국내를 벗어나 해외시장에 노크하기 위해선 더욱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차별화된 제품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최근 5년간 연구개발 투자비용은 해마다 순증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연구개발비로 61억원을 지출했지만 2021년에는 220억원까지 금액을 늘렸고, 작년에도 3분기까지 203억원을 투입해 전년보다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R&D에 투자하는 금액이 늘면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같은 기간 0.26%에서 0.94%로 0.6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벌어들인 매출 가운데 연구개발비로 0.1~0.3% 가량 지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제로칼로리 음료와 제로슈거 소주 등 신제품 출시와 생산설비 투자를 지속해 온 결과"라며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전 생애주기에 걸친 음료 포트폴리오와 건기식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를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해외 유수의 경쟁기업들은 롯데칠성음료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식음료기업인 네슬레만 해도 매년 전체 매출의 1.8% 수준인 2조원 안팎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고, 수십조원의 연매출을 내는 펩시코와 델리즈인터내셔널 등의 연구개발투자 비중도 1%를 상회한다.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기엔 롯데칠성음료의 연구개발 투자가 한참 부족한 셈이다.

이는 국내 식음료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점과도 무관치 않다. 국내 식음료기업들은 오래된 히트상품에 과하게 의존하거나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는 기존상품의 리뉴얼 혹은 타사 인기제품 모방 등으로 매출을 가져가는 경향이 크다. 특히 동일한 범주내 1등 상품과 유사제품을 만드는 방법은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통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해마다 평균 60종 이상의 연구개발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이 가운데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최근 5년만 봐도 새로 만들어진 제품은 클라우드 생드래프트와 레귤러맥주인 피츠 정도다. 이렇다 보니 연구개발비는 연평균 200억원 남짓인 반면, 광고선전비용은 1200억원을 웃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전체 매출 가운데 90% 이상이 국내서 나오고 있는 것도 저조한 연구개발 투자와 연결된다. 실제 작년 3분기까지 이 회사는 2조172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91.2%에 해당하는 1조9906억원이 국내서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지속성장 하기 위해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공격적 연구개발로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가진 제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가 지속성장을 담보하려면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차별화된 신제품들을 지속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