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이사회는 간담회를 통해 차기 회장 인선과 계열사 사장단 선임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의 입장에 따라 손 회장도 조만간 거취를 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우리금융 사외이사 구성원은 간담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 관련 첫 논의를 시작했다. 사외이사들은 비공식 일정으로 손 회장의 라임 펀드 관련 금융당국 중징계에 행정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해 12월 이사회 당시 논의를 거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기이사회 안건만 다루고 마무리됐고 이달 중 거취를 결정하기로 입장을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그간 라임펀드 징계 대응 방안과 관련해 과점주주들과 상의해 온 결과를 토대로 의견을 주고받은 뒤 행정소송 여부 등이 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사회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행정소송 여부에는 구성권 청구 소송까지 고려해 많은 고민이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우리은행이 사모펀드와 관련해 진행하고 있는 구상권 청구 소송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또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과 이사회가 행정소송을 포기했을 때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결정을 내려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손 회장 입장에서는 지난해 12월 15일 대법원에서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받았다. 라임 펀드에 대해서도 중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을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사회도 손 회장의 행정소송이 필요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파생결합펀드(DLF) 투자손실 사태와 관련해 재판부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은행이 마련했다면 최고경영자(CEO)가 법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고 한 판단한 만큼 라임 펀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볼 수 있어서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우리금융의 연임을 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입장을 여러차례 나타내온 것은 우리금융 이사회 입장에서도 부담이 따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손 회장의 중징계와 관련해 "금융위가 수차례 논의해서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어 지난해 12월21일에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용퇴 결정에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고 밝히며 손 회장의 용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관료 출신의 외부 인사를 수장 자리에 배치하려는 '관치 외풍'이 거센 상황이고, 1년 7개월간 연기됐던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 중징계가 최근 빠르게 확정되면서 당국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잇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완전민영화에 성공한 지 2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최근 당국의 외압에 따라 차기 회장을 결정한다면 이 역시 독립성 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어 혼란을 야기한다"며 "외압이 강한 상황에서 이사회와 손 회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은 손 회장의 연임 여부와 별개로 차기 우리금융 회장을 선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가동 일정 등에 대한 논의에도 돌입한다. 손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25일 만료된다. 우리금융 정관상 임추위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최소 30일 이전에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주총 소집 공고는 통상 3월 초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