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자산운용사의 퇴직연금 경쟁력을 가를 디폴트옵션 격전이 끝난 가운데 일부 운용사의 표정이 어둡다. 5년 이상의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TDF(타깃데이트펀드) 브랜드 파워를 키워 온 일부 대형운용사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게 되면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막을 내린 디폴트옵션 선정에서 삼성자산운용은 총 38개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리며 2위의 성적을 거뒀다.

단순 순위만 놓고보면 선전한 듯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라이벌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3분의 1에 불과한 상품을 입성시키는 게 그쳤기 때문이다. 삼성운용이 미래에셋운용 보다 늦게 TDF를 시작했다는 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두 운용사간 격차가 상당하는 게 지배적인 시선이다. 실제 삼성운용은 미래에셋운용이 2011년 6월, 국내 1호 TDF에 해당하는 라이프사이클 펀드(현 미래에셋자산배분2040)를 선보인 지 5년 지난 2016년 4월에서야 '삼성한국형TDF' 시리즈를 선보였다.

다만 TDF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품군이 편입된 건 고무적인 대목으로 분석된다. 삼성운용은 액티브형인 '삼성한국형TDF'와 인덱스형인 '삼성ETF를 담은 TDF' 외에도 EMP(ETF managed portfolio)와 OCIO(외부위탁운용관리)펀드도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렸다.

EMP 펀드의 경우 ▲삼성밀당다람쥐글로벌EMP펀드(4개) ▲삼성 EMP리얼리턴(2개) ▲삼성모멘텀분할매매EMP(1개)가 고르게 입성했다. 지난 8월경 삼성모멘텀분할매매EMP를 새롭게 선보이며 EMP 라인업을 확장한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삼성운용은 지난해부터 운용사의 필수 상품군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OCIO펀드(삼성OCIO안정형)를 유일하게 등재시켰다. 지난 2019년 7월, OCIO 개념이 가미된 첫 펀드인 TLF(Target Liability Fund)7을 선보인 운용사다운 면모를 보인 셈이다.

KB자산운용의 성적표를 두고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KB운용은 최종 관문을 통과한 259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가운데 24개에 선정됐다. 이는 전체 운용자산(AUM)과 회사 규모 등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한화자산운용(37개), 키움투자자산운용(27개)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국민은행, KB증권 등 캡티브(계열)마켓을 보유하고도 홀홀단신 디폴트옵션 격전에 뛰어든 키움운용 보다 미진한 기록을 거뒀다.

비교적 TDF 시장에 일찍 뛰어든 신한운용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지난 2017년 6월 첫 등장한 신한운용의 '마음편한TDF' 시리즈는 13개의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는 데 그쳤다. 특히 전체 8개 빈티지 중 절반(2030·2035·2040·2050)만이 디폴트옵션 대열에 합류했다. 미래에셋운용(2011년 6월), 하나UBS(2014년 9월), 삼성운용(2016년 4월), 한투운용(2017년 3월) 다음으로 TDF를 전개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판매사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디폴트옵션 격전에서 최정상급 하우스가 아님에도 선전한 한화운용과 키움운용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판매사에 자사 상품의 우수성을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반대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아는 곳은 회사의 명성에 기대 전략에 대한 고민을 덜하게 되면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아들었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