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자동차 소비 심리가 쪼그라들면서 신차 대기기간도 줄었다. 실제 현대차 영업지점에서 파악한 결과, 인기모델인 아반떼(HEV) 출고 대기기간은 최근 24개월에서 20개월로 약 4개월가량 줄었다. 싼타페(HEV)도 24개월 이상에서 20개월로 줄었고, 디젤 모델의 경우 10개월에서 5개월로 짧아졌다.

현대차 주력 모델에 속하는 그랜저(3.5 가솔린)의 경우 기존 11개월에서 8개월로, 팰리세이드(2.2 디젤) 모델은 5개월에서 2개월까지 줄었다. 고부가 차량에 속하는 제네시스(G80)도 6개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 현대차 대부분의 모델들이 1년 이상의 대기기간을 기록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고 시점이 상당히 빨라진 셈이다.

현대차는 이미 75만대 이상의 백오더가 쌓인 상태다. 그만큼 밀려 있는 주문 계약건수가 많다는 의미다. 반면 신차 출고기간은 지속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 동시다발적으로 기존 계약자들이 출고대기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관심은 현대차 재고자산이다. 재고자산은 기업 활동 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보유한 자산 또는 판매를 목적으로 제조 과정 중에 있거나 판매 예정인 제품을 말한다. 즉 결산일까지 판매하지 못한 상품(자산)을 수치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이미 재고자산이 상당히 불어난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의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14조7432억원이다. 지난해 말(11조6456억원)보다 26.59% 증가했다. 특히 재고자산 항목 중 하나인 원재료가 크게 늘어났다. 

올 3분기 원재료 자산은 4조284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5366억원)대비 58% 늘었다. 재고자산 급증의 상당분이 원재료 증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최근 고마진 상품 비중을 늘리기 위해 기존 라인업들을 고급화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기존보다 비싼 원재료(부품)를 사용하면서 재고자산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백오더 감소로 즉시 출고 차량이 줄어들 경우 재고자산 회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고자산 회전율이 낮아질수록 매출은 정체되거나 하락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재고자산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큰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고금리 영향이 소비자들 입장에선 차량 구매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출고 대기기간 감소도 이런 이유"라며 "다만 여전히 현대차 인기 모델들은 상당한 대기기간이 필요하고 백오더 물량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하반기까지 긴축 정책이 이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이렇게 될 경우 백오더 물량만으론 버틸 수 없고 나아가 재고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