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업종별 양극화 현상이 도드라졌다. 공모주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도 2차전지·반도체 기업은 꾸준하게 관심받았으나 바이오기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바이오기업에 닥친 한파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3일 '2022년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 입성에 성공한 2차전지·바이오 업종 기업은 29개에 달했다. 이들 대다수는 IPO 시장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 이상으로 결정하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공모금액 1~2위 모두 LG에너지솔루션(12조7500억원), 더블유씨피(4320억원)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이 차지했다.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성일하이텍은 역대 최고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2269대 1)을 경신했다. 전방산업 성장과 함께 꾸준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바이오기업들은 줄줄이 쓴맛을 봤다. 지난해 IPO에 나섰던 기업 10곳 중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 이상에 확정한 기업은 바이오에프디엔씨와 알피바이오 두 곳에 그쳤다. 1분기 IPO에 도전했던 보로노이의 경우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 규모가 2조원대에 달했음에도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뒤에야 증시 입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

2조원대 시가총액에 도전한 바이오노트는 역대 최저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3.29대 1)을 경신하는 굴욕을 맛봤다. 현금성 자산 7000억원을 보유할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탄탄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증한 실적 성장세가 정점에 달했다는 우려와 최대 500억원에 달하는 구주매출 규모가 발목 잡았다.

높아진 증시 문턱에 퓨처메디신과 지에프씨생명과학 등 코넥스로 눈 돌리는 기업도 속출했다. 자금조달 창구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직상장을 노리는 것보다 적정 시점에 이전상장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나마 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파인메딕스 등은 상장예비심사(예심) 철회로 IPO 계획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도 IPO 시장에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시장은 금리상승 등으로 급격하게 줄어든 유동성이 회복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지 못하면 해외 투자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 해외 투자자의 국내 IPO 수요예측 참여는 없다시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자금 집행에 나서는 '연초 효과'를 노릴 수 있으나 이마저도 컬리와 케이뱅크 등 조 단위 대어들이 줄지어 공모일정을 준비하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달 IPO에 나서는 기업들을 보더라도 반도체·정보기술(IT) 업종이 다수다. 지난해 인기를 끌지 못한 바이오기업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바이오기업에 대한 심사 기조를 강화하면서 공모일정 전부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며 "올해 시장 분위기를 전망하겠다며 기다리는 기업들이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여건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