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ESG기준원은 지난달 말 '2022년 ESG 평가 및 등급'을 발표했다. 상장사 974곳을 대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해 발표했다. 

특히 ESG기준원은 올해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개정한 모범규준을 평가모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각의 모범규준에 ESG 리더십과 거버넌스(Governance, 투명한 의사결정구조) 항목을 추가, 해당 기업이 높은 의사결정 수준에서 ESG를 다루고 있는지 평가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즉, 실무진 중심의 단편적인 ESG 개선이 아니라 이사회나 최고경영진 수준에서 ESG 체질을 개선해야 ESG 수준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ESG 평가를 한 결과 중견건설사의 경우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했다.  

상장 중견사 6개 기업은 모두 종합C(취약), 종합D(매우 취약) 등급을 받았다. 금호건설(C), 코오롱글로벌(C), 동부건설(C), KCC건설(D), 한신공영(D), 진흥기업(D) 등이다. 이와 달리 대부분 대형건설사들은 A등급을 받았다. ESG기준원이 부여한 통합등급은 총 7개(S/A+/A/B+/B/C/D)로 B+ 이상은 돼야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시공능력평가 50위 안에 드는 중견사들은 통상 ESG 유관부서가 있고 ESG 정도경영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해당 결과만 보면 마치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여져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세부기준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면서 "등급 산정을 공정하게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ESG기준원은 국내에서 공신력있는 ESG 평가기관으로 여겨진다. 상당수 기업에서 ESG와 관련한 회사 수준을 외부에 알릴 때 주요 지표로 삼는다. ESG기준원의 평가등급은 한국거래소의 ESG 테마지수(5종) 종목 구성에 활용하기도 하고 기관투자자의 사회적책임투자에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평가기관의 요구가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가용 인력 등 투자 여력을 감안할 때 대형사 외에 중견사들이 높은 평가를 받기에는 당장 무리가 있다"며 "이에 따라 여력에 맞춰 ESG경영 강화 노력을 펼치고 있음에도 등급은 하락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이 같은 평가 결과가 업체 투자를 판단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어 투자 여력이 되지 않는 업체들도 억지로 ESG경영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ESG경영 평가 체계도 업계 규모나 상황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SG기준원도 이러한 지적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ESG기준원 관계자는 "기업 규모나 산업별·업종별로 세부기준을 달리하는 부분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그러한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