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최근 금융지주들의 수장이 잇따라 교체되면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부담 또한 한층 커졌다. 손 회장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파생결합펀드(DLF) 소송 결과가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교체되고 있다. NH농협금융 회장에는 관료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됐고, 신한금융그룹 수장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3연임을 할 것이란 관측을 깨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전격 선임됐다.

업계는 이같은 수장 교체 흐름이 손 회장의 연임 압박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주목하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 수장들이 잇따라 교체되는 데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금융 조 회장이 무난히 3연임을 달성할 것이란 예상이 깨진 데 대해 금융당국의 '세대교체' 압박이 있었다는 해석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외풍과 상관없이 이사회가 '일본통'으로 불리는 진 행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내부적인 기류가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조 회장이 직접 용퇴 이유로 언급한 '세대교체' 등이 당국의 메시지였다는 해석 등이 분분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개입 여부가 금융권 인사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자 업계는 손 회장의 DLF사태 대법원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15일 손 회장이 금융당국이 DLF사태에 대한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제기한 '문책경고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결론을 낸다. 

이번 DLF 중징계 취소 소송 결과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 조건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DLF행정소송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라임사태 중징계 대응과 관련한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손 회장에 대한 DLF사태와 라임사태 중징계 근거로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내세웠다. 만약 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라임사태 행정소송 승소 가능성 또한 높아져 라임사태 법적 대응에 대한 명분이 생긴다.

손 회장은 지난 10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아 연임이 제한된 상태다. 그러나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에 대해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걸로 생각한다"라고 언급하는 등 대응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법적 대응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25일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에서는 손 회장의 라임사태 중징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법적 대응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사회는 손 회장이 DLF 중징계 취소 소송 결론이 난 이후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손 회장은 이사회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숙원 과제였던 우리금융지주 재출범을 이끌며 리더십을 인정받은 데다가, 지난해부터 올해 3분기까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탄탄한 경영 성과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우리금융 정기 이사회에서 DLF 중징계 취소 소송 결과와 함께 라임사태 대응 여부 등을 논의하면서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