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라이프자산운용이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서도 AUM(운용자산)이 3000억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채원 의장의 전매 특허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행동주의'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운용의 AUM은 지난 7일 기준 3349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6월 라이프운용이 출범했을 때만 해도 1000억원 밑돌았던 AUM이 1년 6개월여 만에 241.7% 증가했다. 라이프운용은 에쿼티(Equity‧지분) 투자에 특화된 하우스 답게 주식 부문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냈다. 주식형 AUM은 같은 기간 199억원에서 810억원으로 307.0% 늘었다. 더불어 최소투자비율 적용을 받지 않는 혼합자산(661억원→ 2043억원)도 라이프운용의 성장을 견인했다.

올해 코스피가 2000선이 위협받을 만큼 증시가 악화된 가운데서 라이프운용이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있던 건 기관투자자의 저변이 확대된 덕분이다. 라이프운용의 전신인 다름자산운용 시절 당시 기관투자자는 증권사와 저축은행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사명변경이 이뤄진 뒤 투자 시장의 큰 손인 공제회와 보험사로 확장됐다. 본래 남두우 대표가 이끌던 다름운용은 가치투자 1세대인 이채원 의장과 유경PSG자산운용 출신 4인방(강대권·홍성관·김재형·이대상)이 합류해 지금의 라이프운용으로 변모했다. 이들 6명의 수뇌부 중 남두우, 강대권 대표가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행동주의 전략도 라이프운용의 AUM이 크게 뛴 요인으로 꼽힌다. 다름운용에서 라이프운용으로 제2의 창업을 선언한 뒤 생긴 가장 큰 변화가 하우스에 ESG 행동주의 철학을 입혔다는 점이다. 이채원 의장 주도로 ESG 활동에 초점을 맞춘 투자와 피투자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개진을 결합한 ESG 행동주의를 모토로 삼았다.

이후 라이프운용의 ESG행동주의는 관련 펀드 설정과 함께 실제 주주 행동주의를 펼치는 투 트랙으로 전개됐다. 먼저 라이프운용은 IPO펀드,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형)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에 국한됐던 라인업에 ESG 펀드를 추가했다. 지난해 8월 내놓은 '라이프한국기업ESG향상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는 출시와 동시에 605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후 2호와 3호로 후속 상품이 등장하면서 전체 설정액도 970억원으로 증가했다. ESG 펀드를 내놓으면서 라이프운용 출범 당시 9개던 운용 펀드도 현재 25개로 늘었다.

이와 함께 피투자기업을 상대로 주주 친화정책을 요구하는 행동주의도 병행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 측에 자사주 소각을 골자로 하는 주주 행동주의를 적극 전개해 시장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지주사 디스카운트(저평가) 탈피를 위해서 자사주 소각이 시급하다는 라이프운용의 제안대로 SK㈜가 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해 이를 전량 소각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행동주의 전략은 라이프운용의 시장 신뢰를 높여 법인과 리테일 모두에서 신규 자산이 유입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라이프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채원 의장과 강대권, 남두우 대표 모두 기관투자자 유치를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세일즈를 마다하지 않았다"며 "자사는 주주 행동주의를 비롯해 차별화된 운용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매우 어려웠던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냈고,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해준 기관 투자자들이 운용자산 증대에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