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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현상과 사천시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2022.09.23 08:37:23
인구 10만명 도시에 신탁사, 주택 3500세대 과잉공급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1일 07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레밍은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산악지대에서 서식하는 몸길이 3~5cm의 설치류의 일종이다. 이른바 나그네쥐라고도 한다. 종족번식 능력이 뛰어나 생후 2주면 성숙단계가 되고 교미시간은 단 2초, 한 시간에 여러 차례 반복교미가 가능하다고 한다. 21일간의 임신기간을 거쳐 2~8마리의 새끼를 낳고 출산 후 2시간이 지나면 다시 임신할 수 있는 동물이다.

이역만리 먼 곳에 살고 있는 이 동물이 국내에서도 수차례 화제가 된 것은 특이한 습성 탓이다. 레밍은 개체수가 급증하면 다른 땅을 찾아 움직이는데, 이동시 직선으로 우두머리만 보고 따라가다 집단적으로 호수나 바다에 빠져 죽기도 하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연상케 한다.


요즘은 덜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 특정 제품이나 옷, 패션 등이 유행하면 너나할 것 없이 편승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 사회는 레밍현상이 극심한 나라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한국만의 특성이라고 보는 건 지나친 비하로 여겨진다.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이 같은 레밍현상은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뜬금없이 레밍현상을 언급한 것은 최근 부동산 신탁사들이 경남 사천이라는 특정 지역에 꽂혀 연이어 주택개발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자산신탁과 교보자산신탁에 이어 올해는 대한토지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 무려 4곳이다. 이들의 공급물량은 무려 3500세대에 달한다.


반면 사천시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3년 11만6851명으로 정점으로 찍은 이후 해마다 줄어 올해 7월말 기준 10만9752명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 신규 공급하는 주택 3500세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천시 인구 수가 30만명까지 증가해야 한다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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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천시에 항공우주청 설립이라는 호재가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인구가 3배로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냉정히 말해 허무맹랑한 얘기일 뿐이다. 현재 사천시의 규모로는 최근의 주택공급을 흡수할만한 수요가 나올 수 없다


이 정도 사실만 알아도 사천이라는 남쪽 끝 도시에 이런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지를 알만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신탁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다들 현재 주택시장과 사천시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했고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공급하는 주택은 다를 거라고 입을 모은다. 


'입지가 좋다', '가격이 저렴하다', '사천시 내에서도 이 지역은 주택공급이 이뤄진지 오래돼서 수요가 충분하다' 등등. 마치 "우리 개는 사람을 절대 안 물어요"라고 확신하는 것처럼.


조금만 과거를 되짚어 봐도 이들의 확신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건 명백히 드러난다. 신탁사들이 여느 특정 지역에 몰려들어 주택을 공급했다가 미분양에 골머리를 앓았던 시기가 불과 3~4년 전이다. 아마도 신탁사들이 이렇게 레밍처럼 특정 지역에 쏠림 현상을 보이는 건 조직 내부의 분위기도 한 몫 할 것이다. 


영업담당 임원으로서 불경기이건 아닌 건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실적을 올려 임원 임기를 조금이라도 연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주변에서 실패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 리스크는 충분히 감수할만하다는 여러 조언 등등.


이미 엎어진 물인 만큼, 신탁사의 주택 공급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얘기다. 이왕이면 이들 신탁사가 과잉공급이라는 우려를 딛고 모두 좋은 성적을 기록하길 바랄 뿐이다. 만약 결과가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번 만큼은 레밍현상의 혹독한 대가를 깨닫고 앞으로는 최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주택공급 계획안을 마련해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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