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CJ올리브영(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 연기에도 당초 발표했던 투자 계획을 변동없이 이어갈 방침이다. 상장 전 투자자 유치(프리IPO)와 호실적에 힘입어 현금성자산을 꾸준히 늘려온 만큼 투자 재원이 충분한 까닭이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연결기준 현금성자산(현금+단기금융상품+매출채권)은 2913억원으로 전년(1681억원) 동기 대비 73.3% 증가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새로 추가된 항목인 단기금융상품 300억원을 포함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32억원, 매출채권이 100억원 늘어났다.

현금성자산의 이 같은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성장을 이어간 덕분으로 풀이된다. 실적만 봐도 올리브영은 지난해 2조119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13.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78억원으로 같은 기간 37.7%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이 기간 589억원에서 950억원으로 61.3%나 늘었다. 영업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보유 현금도 자연스레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프리IPO를 통해 유입된 자금도 현금성자산 증가에 한몫했다. 앞서 올리브영은 2020년 12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1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4142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중 1360억원은 올리브영에 꽂혔고, 나머지 2782억원은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등 구주를 매각한 오너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적극적 재무활동도 현금을 늘리는데 도움이 됐던 셈이다.

시장은 이에 올리브영이 IPO를 연기한 것과 별개로 계획했던 투자를 변함없이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리브영은 현재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랫폼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오프라인에서는 플래그십과 타운 등 대형 매장 250개점을 중심으로 대대적 리뉴얼에 들어가는 한편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발하고 '웰니스' 트렌드에도 적극 대응 중이다. 아울러 온라인의 경우 자체 역직구 플랫폼인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해외 수출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디지털 인력 채용 등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A 증권사 연구원은 "CJ올리브영이 투자 계획 발표 당시 구체적인 투자 금액을 밝히지 않아 계획에 변동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현재 자금 사정에 맞춰 중요도를 따져본 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를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B 증권사 연구원도 "CJ올리브영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국내 증시 침체로 인해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해 IPO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 차원에서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해 IPO가 필요한 만큼 재추진 시기까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J올리브영 측은 IPO가 연기된 것과 당초 발표한 투자 계획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PO는 연기됐지만 앞서 발표한 투자 계획은 성장을 위한 투자를 넘어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변동이 없다"며 "프리IPO 등을 통해 기존에 마련된 재원과 실적 호조 등으로 인해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