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사모펀드 후폭풍에 휩싸인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딜레마다.  

배상과 보상은 모두 발생한 손실을 갚아주는 행위다. 다만 발생 피해를 정당화한다는 점은 같지만 원인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보상은 합법적 행위에 대한 손실 보전을, 배상은 법령을 위반한 행위로 권리를 침해당한 경우 이뤄지는 행위다. 

딜레마를 가져온 것은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등 환매가 중단된 부실 사모펀드다. 운용사의 불법과 운용실패에 따른 투자 손실을 누가, 어떻게, 어떤 규모로 갚아줘야 하는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일단 증권업계는 자발적 보상안을 꺼내 들었다. 회사마다 규모와 조건은 다르지만 판매사들은 최소 30%에서 최대 70%까지 투자 손실과 펀드 평가분의 차등 보상을 약속했다. 투자자의 2차 피해를 막기위한 유동성 지원과 사모투자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선택이다. 물론 향후 소송이나 분쟁조정 등에 대한 부담을 '사적 화해'로 사전에 해소하고 향후 당국의 징계를 줄이고자 하는 바램도 포함됐을 것이다. 

판매사의 자발적(?) 손실 보전 노력에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는 지난 7월 환매가 중단된 라임펀드(플루토TF-1호) 판매사에 대해 업계 최초로 '전액 배상'을 결정했다. 투자 착오와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판매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평가제도 개선 의지까지 내비치며 판매사를 압박했고 결국 무역펀드 판매사들은 업계 최초로 전액 배상안을 받아들였다. 

금융당국은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 원금의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판매사가 운용사의 허위·부실한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제공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지적한다. 투자자 성향을 임의 기재하거나 손실 보전각서를 작성한 일부 판매직원의 행위도 합리적인 투자판단의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피해 투자자들이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를 보고 상품에 투자한 것인 만큼 마땅히 판매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판매사는 일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운용사의 불법에 전적으로 가담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일부 직원의 일탈은 있었지만 판매사가 사모펀드의 운용에 대한 관리 및 감독 권한이 없는만큼 완전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펀드 운용에 대한 간섭은 자칫 OEM펀드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판매사의 주장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피해구제에 참여하는 것은 단지 고객에 대해 선의차원의 보상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국과 판매사들의 투자 피해 최소화 노력은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판매사의 불법 행위 가담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 등 명확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서둘러 판매사의 불법 여부를 확정하고 '배상'까지 결정한 것이 합리적인지는 여전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자 책임을 완전히 배제하고 무조건적 손실 배상을 약속한 선례가 향후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도 미지수다. 

자발적 보상과 강제적 배상을 두고 과도한 쏠림이 이어진다면 자칫 투자 신뢰와 사모펀드 활성화가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