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두 갈래 길에 섰다. 연임에 성공하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후 처음으로 연임하는 하나은행장이 되지만, 연임하지 못하면 전임 행장들처럼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할지가 관심사다. 문제는 어느 쪽도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역대 최대 실적으로 연임 명분을 쌓았지만 인천시금고 유치 실패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변수로 떠올랐다. 부회장 이동 역시 기존 3인 체제의 재편 여부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 말 하나은행을 비롯한 주요 관계회사 6곳의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말 끝난다.
하나은행에서 마지막으로 연임한 행장은 함 회장이다. 함 회장은 2015년 9월 외환은행과 통합한 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에 올라 2017년 연임에 성공했고 2019년 3월 물러났다. 이후 지성규·박성호·이승열 행장은 모두 한 차례 임기만 마치고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은행장 연임 대신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하는 인사 경로가 세 차례 이어진 만큼 이 행장의 거취는 기존 인사 관행이 유지될지를 가늠할 사례다.
이 행장의 연임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실적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3조7475억원을 거둬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1.7% 증가한 수치다. 하나증권을 비롯한 비은행 계열사들이 해외 대체투자 평가손실과 충당금 부담으로 부진했던 가운데 은행이 그룹의 이익 기반을 떠받쳤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도 3조31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영업 성과도 적지 않다. 이 행장은 함 회장 이후 첫 정통 영업 전문가 행장으로 꼽힌다. 하나카드 사장 출신으로 하나은행장에 오른 첫 인물이기도 하다. 함 회장이 젊은 고객 확보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나라사랑카드 사업에서 하나은행은 지난해 처음 사업권을 따냈다. 올해 8월 말 기준 누적 발급 점유율은 약 42%에 달한다. 당장의 수익성보다 장기 고객 기반 확보에 의미가 큰 사업에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반면 인천시금고 유치 실패는 영업통 행장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9월 그룹 본사의 청라 이전을 앞세워 인천시 제1금고 선정에 도전했다. 이 행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 발표자로 나설 만큼 공을 들였지만 2007년부터 금고를 맡아온 신한은행의 벽을 넘지 못했다. 4년 전 심의에서도 신한은행에 밀렸던 하나은행은 이번에도 주거래은행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그룹 본사의 청라 이전을 계기로 인천 지역의 영업 기반을 넓히려던 구상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타격이 크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시금고 유치에 상당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했던 만큼 탈락의 여파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최대 실적과 나라사랑카드 사업권 확보에도 핵심 영업전에서 고배를 마신 결과가 연임 평가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인선 과정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법 개정 이전이라도 은행권 인선 절차 전반을 점검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이 직접 밝힌 연임 평가 기준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행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장 연임 기준으로 영업실적과 내부관리,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내부관리'를 꼽았다. 같은 자리에서는 함 회장의 연임 과정도 도마에 올랐지만 관련 사과 요구에는 지주 이사회 사안이라고 답했다. 실적만으로 연임을 설명하기보다 내부관리 성과와 선임 절차의 정당성까지 입증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 행장이 연임하지 못할 경우에는 지주 부회장 이동 가능성이 또 다른 관심사다. 함 회장 이후 하나은행장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부회장으로 이동한 전례가 있지만, 현재 하나금융의 부회장단은 이승열·강성묵·이은형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함 회장 체제에서 부회장 수가 3명을 넘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 행장의 합류는 기존 부회장단 재편이나 조직 확대 문제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 행장이 지주 사내이사에 선임되지 않았다는 점도 후계구도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3월 지주 이사회에 합류하지 못했다. 하나금융에서 은행장이 지주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었다. 지주 사내이사 경력이 부회장 선임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의 위상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실제 2024년 말 하나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당시 지주 사내이사였던 이승열·강성묵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기존 부회장단의 거취 역시 이 행장의 이동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에서도 이승열·강성묵·이은형 부회장에게 각각 핵심 부문을 맡기며 3인 체제를 유지했다. 이은형 부회장은 2020년부터 부회장 직함을 유지해 재임 기간이 가장 길고, 강성묵 부회장은 하나증권 대표를 겸하고 있다. 이승열 부회장은 현재 부회장단 가운데 유일한 하나은행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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