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미국 AI 데이터센터(AIDC) 투자에서 비용 상승과 가동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주지사 당선인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나 전력망 증설 비용의 사업자 부담 확대를 공약하면서다.
5일 SK증권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의 규제의 파급력이 투자 규모보다 사업 수익성에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자가 전력망 증설비를 더 부담하면 초기 비용이 늘고, 세제 혜택이 줄면 총사업비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전력 사용량이 적어도 일정 요금을 내야 하는 계약은 가동 초기 고정비를 높인다.
◆ 민주당 20년 만에 양원 동시 탈환…주지사 5곳 교체
4일(현지시간) 미국 선거분석업체 디시전데스크HQ(DDHQ)에 따르면 상원은 민주당 측 54석, 공화당 44석이다. 하원은 민주당 249석, 공화당 153석으로 민주당이 양원 과반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양원에서 모두 과반을 확보했으며 일부 지역은 아직 미확정이다.
주지사는 비선거 지역을 포함해 민주당 28곳, 공화당 20곳이다.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뀐 곳은 텍사스(Texas)·조지아(Georgia)·오하이오(Ohio)·아이오와(Iowa)·네바다(Nevada) 등 5개 주다.
민주당이 공화당으로부터 상·하원을 동시에 탈환한 것은 2006년 중간선거 이후 20년 만이다. 내년 1월부터 법안·예산·인준 견제가 강해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에 레임덕(Lame Duck)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의 행정권과 거부권은 유지된다.
◆ 신규 건설 유예·전력비 부담…대형 사업도 인허가 변수
5일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데이터센터 시설·프로젝트 수는 버지니아가 약 590개로 가장 많았고, 이번 선거에서 주지사가 민주당으로 교체된 텍사스가 약 560개로 뒤를 이었다. 오하이오와 조지아도 각각 약 240개, 230개로 상위권이다.
민주당 소속 텍사스의 당선인은 주민 보호법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조지아 당선인은 신규 건설 유예를, 오하이오 당선인은 비용·환경 기준에 따른 조건부 유예를 제시했다. 아이오와 당선인은 세제 혜택 폐지와 사업자 비용 부담을, 네바다 당선인은 세제 혜택 신규 승인 중단과 자체 전력 확보를 내걸었다.
지난해 8월 밴티지데이터센터스는 텍사스 프런티어 단지에 250억달러(33조5000억원)를 넘게 투자할 계획이라며 착공 사실을 밝혔다. 데이터센터 10개 동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남은 승인 절차에 규제가 적용되면 단계별 가동·증설 일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조지아에서는 지난 7월 오픈AI가 조지아 에핑엄 카운티에 200억달러(26조8000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에 전력을 공급 받을 계획이지만 건설에 필요한 지방정부의 추가 심사가 남아 있다. 지난 9월에는 주민들이 관련 토지용도 규정 변경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오하이오에서는 SB에너지가 지난 3월 최대 10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사업 착공 행사를 열었다. 오픈AI도 이곳에서 약 8GW의 IT 부하 용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 美 AI 관련주 희비…韓도 덩달아 반도체·전력기기 급락
민주당의 다수당 탈환으로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번지면서 미국 증시가 업종에 따라 갈렸다. 전력과 설비, 반도체 기업에는 데이터센터 증설 둔화가 매출 증가세를 약화시킨다는 부담이 작용했다. 빅테크 기업에는 AI 기반시설 확장 속도가 조절이 투자비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4일(현지시간) 발전업체 비스트라는 13.88%, 전력·냉각 장비업체 버티브는 12.91%,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6.99% 하락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각각 6.7%, 6.1%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와 전력기기 업체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 5일 오전 10시3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25% 하락한 5439.90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4.42% 내린 683.32에 거래됐다. 오전 10시16분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20만5500원(-5.73%) ▲SK하이닉스 128만1500원(-8.17%) ▲삼성전기 98만9000원(-11.30%) ▲SK스퀘어 82만8000원(-7.79%) ▲LS ELECTRIC 13만3900원(-11.15%) ▲HD현대일렉트릭 40만1500원(-8.55%)에 거래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서버에 사용되는 HBM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데이터센터 가동이 늦어져 서버 구매까지 연기된다면 메모리 출하 일정도 영향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당장 기존 계약 물량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7~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장기공급계약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미 확보한 계약은 수요의 안정성을 뒷받침하지만 향후 추가 계약이나 납품 시점, 주문 물량이 조정될 수 있다.
전력기기 업체는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7월 글로벌 대형 기술기업과 최대 1조1212억원 규모의 전력·배전기기 장기 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북미 데이터센터에 2028년까지 순차 납품하되 실제 주문은 구축 일정에 맞춰 나눠 받는 구조다. 고객사의 공사가 지연되면 후속 발주 역시 늦어질 수 있다.
LS일렉트릭도 지난 10월 미국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약 1812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계약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순차 납품할 예정으로, 향후 현지 사업 일정에 따라 납품 시점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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