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남은 2년간 국정 운영을 좌우할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 중이다. 사전 예측에서는 민주당의 상·하원 탈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선거 전 일부 공화당 후보들이 거리두기까지 한 만큼, 공화당의 패배가 현실화하면 트럼프는 당내 책임론과 야당의 압박을 동시에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미스터 거부권(Mr. Veto)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로 민주당의 입법을 막고 협상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주요 정책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길어질 수 있다.
◆ 생활비에 흔들린 표심…민주당 승리 전망 속 개표 진행
3일(현지시간) AP·CNN 등 미국 주요 언론이 공동 의뢰한 SSRS 유권자조사(Voter Poll)에 따르면 응답자 약 90%가 생활비를 투표 결정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같은 조사에서 약 3분의 2는 높은 물가 상승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과반은 이란 전쟁과 관세 등 트럼프의 정책이 자신의 경제 사정을 악화시켰다고 봤다. 약 70%는 의회가 대통령을 더 강하게 견제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생활비 불만과 대통령 견제 요구가 함께 나타난 셈이다.
같은 날 선거분석업체 디시전데스크HQ(DDHQ)는 민주당의 다수당 확보 확률을 하원 84%, 상원 64%로 예상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전망과 비교하면 각각 22%p, 21%p 높아졌다.
미 동부시간 3일 오후 8시30분 기준 하원 435개 선거구 중 약 48곳에서 당선인이 예측됐다. 다만 다수당을 결정할 주요 경합지 대부분은 아직 승패가 가려지지 않았다. 텍사스(Texas)·미시간(Michigan)·아이오와(Iowa) 등 주요 주는 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투표가 모두 종료된다. 이후 개표 결과에 따라 양원 주도권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 공화당 내 트럼프와 거리두기…패배 땐 당내 책임론 확산
지난달 7일 외신에 따르면 경합 선거구 62곳 가운데 41곳의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 정책과 다른 입장을 내거나 대통령과의 관계를 덜 부각했다. 이란 전쟁의 종료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의 전쟁 권한 제한에 찬성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가 확정되면 공화당의 경합지 의원과 온건파를 중심으로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선거운동 때의 거리두기가 실제 의회 표결로 이어질 경우 트럼프의 당내 장악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예산·입법 과정에서 트럼프를 압박하고 행정부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 트럼프는 거부권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의회가 이를 뒤집으려면 정족수를 충족한 상태에서 양원 각각 표결 참여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이 단순 과반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부시도 중간선거서 양원 상실…의회 충돌에 금융위기까지
과거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양원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줬다. 당시 오하이오(Ohio)·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버지니아(Virginia)·몬태나(Montana)·미주리(Missouri)·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 등 6개 주의 공화당 상원 의석이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당시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패배의 배경을 이라크 전쟁 장기화와 부패, 경제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했다. 선거 이후 두드러진 것은 의회와 대통령의 충돌이었다.
미 상원 기록에 따르면 부시의 재임 중 거부권 12건 가운데 11건이 민주당 의회가 들어선 2007~2008년에 집중됐다. 의회 주도권을 잃은 대통령이 입법 저지에 나섰지만, 야당도 이에 맞서면서 대립이 이어졌다.
의회와의 대립에 더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확산하면서 부시의 정치적 부담도 커졌다. 당시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에 따르면 부시의 국정 지지율은 리먼 파산 이전 31%에서 같은 달 27%로 하락했다. 대선 직전에는 25%까지 떨어졌다.
2008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가 승리했다. 공화당은 2010년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되찾았다. 상원은 2014년, 대통령직은 2016년에야 탈환했다.
전쟁 중 중간선거를 치른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부시의 상황은 닮아 있다. 트럼프 역시 공화당이 패배하면 야당과의 대치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정당이 각 원을 장악하는지와 의석 격차, 공화당 내부 결속, 경제 상황 등이 트럼프 정부의 남은 임기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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