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4일 개막한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6(WHE 2026)'에는 현대차그룹 외에도 다양한 수소 기업이 부스를 꾸렸다. 충전·저장 분야 업체는 기술 경쟁력을 내세우면서도 정부 지원 축소와 더딘 인프라 확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다.
올해 행사에는 12개국 190여개 기업·기관이 참여했다. 다만 전시장을 돌아보면 상용화에 이른 제품보다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을 내건 부스도 적지 않았다.
이날 범한퓨얼셀은 WHE 2026이 열리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수소충전소 사업을 소개했다. 잠수함용 연료전지로 출발한 회사지만 지금은 충전소가 주력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 229억원 중 169억원(73.7%)이 충전소에서 나왔다. 지난해 연간 매출 434억원은 충전소 42.1%, 연료전지 38.6%, 부동산 임대 등 기타 19.3%로 구성됐다.
부스 한 곳에 걸린 지도에는 범한퓨얼셀이 구축했거나 짓고 있는 수소충전소 40곳이 표시됐다. 올해 6월 말 기준 기체 충전소 30곳, 액화수소 충전소 10곳이다. 김태진 범한퓨얼셀 이사는 "30곳 가까이 구축을 마쳤고 나머지는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 범한퓨얼셀은 2019년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출자로 충전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소압축기와 충전기를 자체 개발해 만들고, 관련 국책과제도 다수 수행 중이다.
액화수소 충전소로도 보폭을 넓혔다. 2024년 인천공항 제2터미널 충전소 구축 계약으로 시장에 진입했고, 지난해 8월 SK플러그하이버스와 8곳 구축 계약을 맺었다. 올해 4월에는 서울 송파공영차고지 충전소 계약도 따냈다. 송파 충전소는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6월 말 기준 충전소 수주잔고는 611억원이다.
액화수소는 저압으로 저장해 안전성이 높고, 초고압 기체 수소보다 2~10배 많이 담는다. 김 이사는 "액화수소 충전소가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고 운송 면에서도 유리하다"며 "대용량이라 액화수소 충전소는 버스·상용차용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걸림돌은 기술 난도와 비용이다. 액화수소는 영하 253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김 이사는 "기체 분자가 워낙 가벼워 조금만 단열이 안 되면 다 날아가 버린다"며 "구축 비용도 기체 충전소보다 4~5배 비싸다"고 말했다. 기체 충전소 구축비는 20억~40억원 수준이다. 주변에 액화수소 기지가 있어야 해 입지도 까다롭다. 범한퓨얼셀이 아직 강원도에 진출하지 않은 이유도 수소차 수요가 적고 인근에 액화수소 기지가 없어서다.
성우하이텍은 자사 부스에서 고압 수소 저장 용기를 선보였다. 플라스틱 내피(라이너) 겉면을 탄소섬유와 유리섬유로 감은 타입4 용기로, 금속 내피를 쓰는 타입3보다 가볍다. 대표 제품은 용량 52L와 175L 용기다. 52L 용기에는 수소 2.09kg이 들어간다. 이전 넥쏘 탑재 용기와 같은 규격이다. 승용차에는 후면에 3개가 들어간다. 175L 용기는 수소 7.03kg을 담는 버스·트럭용 대용량 제품이다.
차량에 용기를 여러 개 싣는 이유를 묻자 성우하이텍 관계자는 "아무리 700bar 고압으로 수소를 넣어도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면 용기가 여러 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버스에는 용기가 8개 안팎 들어간다. 최근에는 울산에서 운항할 소형 선박에 용기를 6개씩 묶어 싣는 방안을 요청받기도 했다.
성우하이텍 본업은 차체 부품이다. 범퍼빔과 사이드멤버, 대시패널 등을 만들어 현대차·기아 등에 납품하고 있다. 수소 용기 개발은 2020년 8월 52L 용기부터 시작했다. 52L 용기는 2023년 국제 기준 R134 인증, 지난해 국내 KGS 인증을 받았고, 175L 용기도 올해 3월 KGS 인증을 획득했다. 다만 수소 용기 매출은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수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수소차는 구매 보조금이 있어야 팔리고, 충전소도 정부 지원으로 짓는다. 충전·저장 업체 일감도 결국 정부 예산 규모를 따라간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 지원을 오히려 줄이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수소차 보조금을 올해 5762억원에서 22.6% 줄어든 4457억원으로 편성했다. 수소충전소 구축 예산은 1897억원에서 1197억원으로 36.9% 깎였다. 기후부는 최근 5년간 실집행률이 20~50%에 머문 만큼 집행 실적에 맞춰 예산을 현실화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수소 업계 관계자 상당수는 예산 축소와 더딘 인프라 확충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처지라 대놓고 비판하기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속내는 감추지 못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지금은 예산을 많이 줄이고 있어서 아쉽다"며 "충전소를 한다고 해서 마진이 많이 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소가 많이 생기려면 자동차 보급이 늘어야 하고, 수소 가격을 낮출 수만 있다면 훨씬 더 상용화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책적으로 유럽보다 한국이 저조한 경향이 있고 지원도 주춤하는 상황"이라며 "충전 인프라가 따라와야 개발도 촉진되고 가속화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충전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 소비자가 선뜻 수소차를 사기는 어렵다"며 “충전소도 주거지와 거리 제한 등 규제가 많아 짓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인프라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 일부 부스에서는 "여기서도 뵙네요"라는 인사와 함께 국책과제 수행 차원에서 홍보 겸 나왔다는 얘기가 종종 오갔다. 대부분 정부 지원을 받아 수소 기술을 개발 중인 업체다.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간 성과를 알리려 부스를 차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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