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현대차그룹이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6(WHE 2026)'에서 통합 수소 솔루션을 선보였다. 수소 생산부터 모빌리티, 도시·산업 인프라까지 그룹 기술을 한데 엮어 사업 기회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4일 찾은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현대차그룹 전시관은 720m² 규모로 마련됐다. 이곳에서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산 인프라, 승용·상용·철도 모빌리티, 수소 생태계 솔루션 세 갈래로 전시를 나눠 주요 기술과 사업 비전을 소개했다.
수소 생산 인프라 전시에서는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수전해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400kW급 수전해 스택 실물을 전시하고, 스택 12개를 묶어 5MW급 전해조 스택 모듈(ESM)을 구성하는 방식을 처음 공개했다.
ESM 1기로 연간 약 700t의 수소를 생산한다. 여러 모듈을 병렬로 배치하면 수백MW급 수전해 플랜트로 확장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광주에서 1MW급 컨테이너형 실증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보령과 부안, 제주에서도 추가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컨테이너형은 스택과 전력 공급·수소 정제 장치를 화물 운송용 컨테이너 하나에 담은 방식이다. 별도 공장을 짓지 않고 컨테이너 단위로 설치해 규모를 늘린다. 현장에서 만난 하경구 현대차 수소인프라개발팀 책임연구원은 "5MW급이라고 해도 컨테이너 하나에 다 들어간다"며 "컨테이너 하나가 1년에 700t을 만드는데, 승용차로 치면 13만회 정도 충전할 양"이라고 설명했다.
실증은 단계별로 진행한다. 내년 부안에서 고객 요구를 반영한 최종 사양을 적용하고, 2028년 제주에서 5MW급 ESM을 가동한 뒤 2029년부터 새만금에 수전해 플랜트를 세운다. 하 책임연구원은 "새만금에 전력을 공급하는 건 연료전지 발전기"라며 "거기에 수소를 공급하려면 수소가 국내에서 충분히 생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만금 발전용 수소를 수전해로 직접 만들어 대겠다는 설명이다.
PEM 수전해는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의 역반응을 활용한 기술이다. 원리가 같아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기술을 수전해 스택 개발에 가져왔다. 하 책임연구원은 "스택 자체는 저희 내재 기술"이라며 '연료전지차에서 쓰는 부품이나 기술을 대부분 여기에 가져왔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기술을 가져온 덕에 가격도 낮췄다. 하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수전해는 아직 시장이 초기라 대량 생산 물량이 없어 장비 값이 비싸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만대 단위 수요가 있어 양산 효과를 낸다. 그는 "자동차 기술 기반이 없으면 엄청 비싼 제품이 된다"며 "우리는 자동차 기술을 가져다 쓰니까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전시관 모빌리티 구역에 수소전기 청소트럭을 전시했다. 국내 최초 수소전기 청소트럭 실증 사업을 거쳐 현재 압축 진개차와 암롤트럭, 노면청소차, 살수차 등 다양한 용도로 공급하고 있다. 엑시언트 모델은 국내에서 약 45대, 프랑스에서 5대가 운행 중이다. 트럭 옆에서는 자동 충전 로봇(ACR-H)이 충전 과정을 시연했다. 로봇은 비전 AI로 차량 충전구를 스스로 찾아내고, 보호캡을 연 뒤 충전 커넥터를 꽂는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 AI 밸리 구상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와 수소, AI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도시 인프라가 연결되는 미래 산업도시 모델을 디오라마로 구현했다. 디오라마 앞줄에는 바이오가스와 현대로템 수소추출기, 암모니아 크래커, 수전해 등 수소 생산 방식을 나란히 배치했다. 뒤편에는 풍력·태양광 발전소와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공장, 수소트램, 수소고속철, 이동형 수소충전소가 들어선 도시를 꾸몄다. 수소를 만드는 단계부터 산업과 교통에 쓰는 단계까지 그룹 역량을 한 판에 모은 셈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바나 제멜코바 수소위원회 CEO는 "글로벌 수소 산업은 프로젝트 단위가 아니라 생태계 단위로 커진다"며 "이제는 기술이 쓸 만한지가 아니라 상업성 있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년 약 100억달러였던 확정 투자액이 현재 1300억달러로 6년 새 13배 늘었다"며 "이 중 90%는 이미 건설 중이거나 가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인아 현대차그룹 에너지&수소커뮤니케이션MI실장(상무)은 "전 세계에서 수소버스가 가장 많이 운행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며 "넥쏘와 출퇴근 버스부터 트램, 열차까지 모빌리티에서 시작해 생활 전반으로 수소 활용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수소 충전 로봇을 두고는 "아직 PoC 단계지만 로봇을 쓰면 24시간 충전이 가능하다"며 "눈이나 비가 오는 어떤 환경에서도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수소 생산부터 모빌리티, 도시·산업 분야의 활용까지 그룹의 통합 수소 솔루션을 소개하고 고객 및 파트너와의 협력 기회를 넓혀 나갈 것"이라며 "수소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용처를 발굴하고 밸류체인 전반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사업으로 연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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