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넥슨이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다작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부 개발사의 게임을 잇달아 들여오는 동시에 자체 개발 신작까지 선보이며 라인업을 넓히는 모습이다. 던전앤파이터 등 기존 핵심 지식재산권(IP)의 실적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노리는 행보지만, 비슷한 이용자층을 겨냥한 작품이 늘면서 내부 경쟁과 마케팅 자원 분산이라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앞서 출시한 '히간: 이루실'의 홍보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이뤄졌다는 업계 평가까지 나오면서 넥슨의 서브컬처 다작 전략이 새로운 팬덤을 확보할지, 기존 이용자 수요를 나눠 갖는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중국 만쥬게임즈가 개발한 판타지 월드 RPG '아주르 프로밀리아'를 오는 11월 26일 국내 정식 출시한다. 만쥬게임즈는 글로벌 흥행작 '벽람항로'의 개발사로, 넥슨은 국내 퍼블리싱을 맡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던파 매출 44% 감소…서브컬처 다작으로 수익원 확대
넥슨은 올해 외부 퍼블리싱과 자체 개발을 병행하며 서브컬처 게임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주요 자체 개발 대작 중 일부의 출시가 내년 이후로 예정된 가운데 외부 개발작을 통해 올해 하반기 라인업을 보강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중국 빌리빌리가 개발한 '히간: 이루실'을 국내 출시했고 오는 11월 '아주르 프로밀리아'를 선보인다. 자체 개발 부문에서는 넥슨게임즈 RX스튜디오가 '파레이돌리아'를 개발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이 참여한 작품으로, 올해 해외 게임쇼에서 공개된 데 이어 오는 12월 'AGF 2026'에서 국내 첫 한국어 시연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넥슨은 이미 '블루 아카이브'를 통해 서브컬처 시장에서 흥행 경험을 쌓았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 캐릭터 중심의 팬덤을 구축하고 2차 창작과 오프라인 행사로 이용자 접점을 넓혀왔다. 이번 신작 확대는 블루 아카이브에서 확인한 서브컬처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여러 작품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존 핵심 IP의 매출 감소도 신작 흥행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넥슨의 올해 2분기 던전앤파이터 프랜차이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중국 PC와 모바일 버전뿐 아니라 국내 PC 버전에서도 전년 대비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와 '아크 레이더스'의 흥행으로 2분기 전체 매출은 1조13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도 2조560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2분기 영업이익은 29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은 뒷걸음질 친 셈이다.
당장 던전앤파이터의 매출 감소가 그룹 전체의 외형 축소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특정 IP의 흥행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구조는 여전히 부담이다. 넥슨이 기존 흥행작의 성과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진 배경이다.
자체 개발과 외부 퍼블리싱을 병행하는 전략은 사업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자체 개발작은 개발비와 운영 부담을 직접 지는 대신 흥행 성과를 폭넓게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외부 퍼블리싱은 개발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개발사와 수익을 배분해야 하는 구조다. 결국 작품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개별 게임의 흥행 규모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히간: 이루실' 홍보 보수적…카니발리제이션 우려했나'
문제는 서브컬처 라인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작품 간 경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장르의 게임이 이용자의 시간과 과금 수요를 놓고 경쟁할 경우 신규 작품의 흥행이 기존 작품의 성과를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신규 퍼블리싱 브랜드 '셀렉트 올(select all)'을 통해 지난 7월 '히간: 이루실'을 선보였다. 해당 작품은 2023년 글로벌 출시 이후 게임성과 캐릭터를 개선한 2.0 리메이크 버전이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히간: 이루실에 대한 홍보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넥슨이 오는 11월 출시할 아주르 프로밀리아의 사전 홍보에 공을 들이는 데다 자체 개발작 파레이돌리아까지 서브컬처 라인업에 포함된 만큼, 후속 기대작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히간의 홍보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세 작품은 게임 방식과 콘텐츠 구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캐릭터 수집과 교감 요소를 앞세운 서브컬처 장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핵심 이용자층이 일부 겹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캐릭터 확보와 육성에 지출하는 비용뿐 아니라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까지 분산될 경우 신규 이용자 유입이 늘더라도 개별 작품의 매출 확대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마케팅 자원 배분도 변수다. 서브컬처 게임은 출시 초기 광고뿐 아니라 캐릭터 홍보, 인플루언서 협업, 오프라인 행사, 2차 창작 지원 등 팬덤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여러 작품을 동시에 운영할 경우 게임별 차별화에 실패하면 마케팅 비용만 늘고 흥행 성과는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히간: 이루실은 기존 글로벌 출시작을 개선한 리메이크 버전인 반면 아주르 프로밀리아는 신규 대작이라는 차이가 있다. 두 작품의 홍보 규모에 차이가 있더라도 넥슨이 자기잠식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마케팅을 축소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브컬처 작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한정된 마케팅 자원을 어떤 게임에 집중할 것인지는 넥슨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넥슨 측은 히간: 이루실이 다양한 취향의 이용자를 아우르기 위해 선보인 작품이라는 입장이다. 넥슨 관계자는 "출시 이후 독특한 서사를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벤트 스토리, 보스 도전 이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며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주르·파레이돌리아 AGF 동반 출격…팬덤 확대냐 자기잠식이냐
넥슨은 서브컬처 신작의 이용자 기반을 넓히기 위해 오프라인 행사와 2차 창작 생태계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여러 작품이 비슷한 이용자층을 겨냥하는 만큼 기존 팬덤을 나눠 갖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다작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아주르 프로밀리아는 글로벌 사전등록자 2500만명을 돌파하며 출시 전부터 높은 관심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사전등록 규모가 국내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등록 이용자를 실제 게임 이용자와 장기적인 과금 수요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넥슨은 지난 3월 코믹월드 330 일산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서브컬처 팬들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자체 콘텐츠 플랫폼 '넥슨 피크'에 아주르 프로밀리아 전용 채널을 개설하고 2차 창작 프로그램 '프로밀리아 크리에이터즈'를 통해 이용자들의 창작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정식 출시 8일 뒤인 오는 12월 4일부터 6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AGF 2026'에 참가한다. 행사장에서는 프로밀리아 크리에이터즈의 우수 작품을 전시하는 등 이용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행사에서는 자체 개발작 파레이돌리아도 국내 첫 한국어 시연 버전을 공개한다. 게임 속 생활 공간인 '타소가레관'을 재현한 부스와 음성인식 기반 캐릭터 교감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외부 퍼블리싱 작품과 자체 개발작을 같은 행사에서 선보이는 것은 넥슨이 서브컬처 시장에서 팬덤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신호다. 서로 다른 게임의 이용자들이 신작을 접하도록 유도해 전체 이용자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대로 각 작품이 뚜렷한 차별화에 실패한다면 동일한 이용자층을 놓고 내부 경쟁을 벌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서브컬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요 게임사들이 잇달아 서브컬처 신작을 내놓으면서 이용자의 선택지는 늘어나고 있다. 넥슨 내부의 작품 간 경쟁을 넘어 다른 게임사들과 한정된 이용 시간과 과금 수요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넥슨 관계자는 "서브컬처 장르 특성상 이용자와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준비해왔다"며 "2차 창작 생태계를 지원하고 팬 문화와 호흡하는 흐름을 이어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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