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신한라이프가 올해 들어 신한금융그룹 비은행 부문 순이익 1위 자리를 증권에 내준 데 이어 카드 계열사에도 밀리며 3위로 내려앉았다. 보험금 예실차 악화와 금융당국의 계리감독 기준 강화로 보험 본업의 수익성이 둔화한 데다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손익 감소까지 겹친 영향이다. 그룹 비은행 핵심 수익원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미래 보험이익의 원천인 보험계약마진(CSM)은 역대 최대인 8조원을 넘어섰지만 당장 벌어들이는 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신계약 판매 규모마저 감소한 가운데 보험·투자 부문의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쌓아둔 CSM을 안정적인 당기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27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신한라이프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194억원으로 전년 동기(5145억원) 대비 18.5% 감소했다.
1년 새 순이익이 20% 가까이 줄면서 그룹 비은행 부문에서 차지하는 신한라이프의 위상도 약해졌다.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는 신한투자증권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약진하면서 선두를 빼앗겼다. 여기에 3분기를 기점으로 신한카드에도 뒤처지며 3위로 밀려났다. 올해 3분기 누적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각각 6429억원, 4858억원으로 신한라이프를 2235억원, 664억원 앞섰다.
신한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에는 증시 호황이, 신한카드의 순이익 증가에는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영향을 미쳤다. 경쟁 계열사들의 실적 확대에 특수 요인이 작용했지만 신한라이프 역시 보험·금융이익이 동반 감소하면서 순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신한라이프의 수익성 저하에는 보험 본업의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보험이익은 4744억원으로 전년 동기(5738억원) 대비 17.3% 감소했다. 보험금 예실차 손실 확대와 계리감독 기준 강화가 맞물리면서 보험손익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이나 사업비 등과 실제 발생한 금액의 차이를 의미한다. 실제 보험금 지급액이 당초 예상치를 웃돌면 그 차이가 당기 보험손익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신한라이프는 이러한 보험금 예실차 손실이 확대되면서 보험 본업의 수익성이 악화했다.
금융당국의 계리감독 기준 강화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신규 담보의 손해율을 보다 보수적으로 추정하고 사업비 가정에도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도록 계리감독 기준을 변경했다. 보험사가 보수적인 계리 가정을 적용하면 미래 보험금 지급과 사업비 지출에 대한 추정치가 달라지고 보험부채 평가와 장래 이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리 가정 변경에 따른 회계적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보험손익의 변동성이 커진 셈이다.
장정훈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열린 2026년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보험 관련 이익은 예실차 손실 확대와 계리적 가이드라인 변경 영향 등이 지속되며 전분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본업 부진을 만회해야 할 투자 부문마저 이익이 쪼그라들면서 실적 부담은 가중됐다. 올해 3분기 누적 금융이익은 1329억원으로 전년 동기(1789억원) 대비 25.7% 감소했다. 보험이익보다 규모는 작지만 감소율은 더 높았다. 금리 상승에 따른 보유 채권의 평가·처분손익 축소 등이 금융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신한라이프와 같은 생명보험사는 장기 보험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국공채 등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맞춰 금리 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보유 채권의 시장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손익과 자본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은 금융자산의 회계상 분류에 따라 달라진다.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FVTPL) 금융자산의 평가손익은 당기순이익에 반영되는 반면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FVOCI) 채무상품의 평가손익은 기타포괄손익(OCI)을 거쳐 자본에 반영된다. 보험부채 역시 금리 변동에 따라 평가금액이 달라지는 만큼 자산과 부채 양쪽에서 금리 변화의 영향이 나타나는 구조다.
실제 신한라이프의 보유 채권에서도 상당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에만 신한라이프가 보유한 채권에서 약 800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해 OCI에 반영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당기 금융이익 감소와는 구분되는 손실이지만 금리 상승이 신한라이프의 자산가치에 미친 충격을 보여준다.
자산 규모도 축소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신한라이프의 자산총계는 56조7392억원으로 전년 동기(60조3793억원) 대비 6.0% 감소했다. 1년 새 자산이 3조6401억원 줄어든 것으로, 채권 평가가치 하락 등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이 자산 규모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같은 기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190.0%에서 204.6%로 상승해 자본건전성 지표는 개선됐다.
수익성 부침 속에서도 미래 이익 기반은 확대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신한라이프의 CSM 잔액은 8조423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6092억원) 대비 5.7%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에서 향후 인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실현 이익으로,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문제는 CSM 증가가 당장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CSM은 보험계약의 서비스 제공 기간에 걸쳐 이익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보험손익은 보험금 예실차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신한라이프 역시 CSM 잔액을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보험금 지급 부담과 계리적 요인으로 당기 보험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신계약 판매 규모가 줄어든 점도 부담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연납화보험료(APE)는 1조149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399억원) 대비 7.3% 감소했다. APE는 신계약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로 보험사의 신규 판매 규모를 보여준다. 미래 이익의 원천인 CSM은 늘었지만 신규 판매가 둔화하면서 향후 수익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당사는 올 3분기 말 CSM이 8조원을 돌파하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며 "단기 실적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 전략을 펼쳐 미래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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