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지 1년여가 지났지만 누리호 지식재산권은 여전히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보유하고 있다. 한화가 확보한 건 2032년까지 누리호를 직접 제작하고 발사할 수 있는 통상실시권이다.
상업 발사 경쟁력의 관건인 설계 변경도 체계종합기업이 주도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8차 발사부터는 발사 책임까지 한화가 맡게 되지만, 제작·발사 주체와 기술 보유 주체가 나뉜 구조에서 민간이 원가를 낮출 여지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7월 기술료 240억원 규모로 항우연과 누리호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2022년 10월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지 2년 9개월 만이다. 설계·제작·발사운영 기술문서 1만6050건이 이전 대상에 포함됐지만, 발사대와 추진기관 시험설비 운용, 시험 기술은 대상에서 빠졌다.
기술 문서는 넘어갔지만 권리 자체가 넘어간 것은 아니다. 누리호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물이어서 지식재산권은 주관연구기관인 항우연이 갖는 것이 원칙이고, 기업은 정해진 기간과 범위 안에서 이를 활용할 권리를 얻는 방식이다. 항우연은 이번 계약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상호 합의해 절차에 따라 기술이전을 실시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 구조가 통상적인 기술이전과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한 항공우주업계 전문가는 "일반적인 기술이전은 기술을 넘겨받은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구조"라며 "누리호는 일정 기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데 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가 실제로 부딪히는 지점은 설계다. 민간이 상업 발사로 수익을 내려면 설계를 바꿔 제작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설계 변경에는 신뢰성 검증과 지식재산권 문제가 함께 따라붙는다. 이 전문가는 "국가 연구개발 예산으로 만든 발사체는 실패가 허용되지 않아 신뢰성 위주로 설계될 수밖에 없다"며 "민간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설계 변경이 필요하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 부담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술이전 이후 체계종합기업을 통해 누리호 설계가 바뀐 사례는 아직 없다. 고도화사업은 항우연이 주관하고 실패 책임도 항우연이 지는 만큼, 이 기간에는 신뢰성 확보가 우선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체계종합기업이 누리호의 성능 향상과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계 변경을 수행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고도화사업을 주관하는 항우연은 설계 변경 시 발사체의 신뢰성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8차 발사부터 한화가 발사를 주관하게 되면 설계 변경 여부는 한화가 결정한다. 다만 원천 지식재산권이 항우연에 있어, 바뀐 설계를 개량기술로 인정할지와 그중 한화 몫의 권리를 어느 정도로 볼지는 항우연이 검토위원회 등을 거쳐 판단하게 된다. 한화가 비용을 들여 원가를 낮춘 기술에 권리를 얼마나 가질 수 있느냐가 남은 셈이다.
이 문제는 차세대발사체에서 이미 한 차례 부딪혔다. 한화는 2024년 8월 "당사 기술과 투자가 들어간 공동개발 결과에 아무 권한을 갖지 못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지식재산권 공동 소유를 주장했지만, 조정 신청은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서 각하됐다. 항우연은 차세대발사체가 100% 국비로 추진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이어서 지식재산권은 항우연 소유가 원칙이고, 공동 소유는 공식적인 투자와 제도적 요건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에서는 공동 소유를 위한 공식적인 민간 매칭투자가 이뤄진 바 없다는 설명이다.
한화는 통상실시권 범위 안에서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단순히 기술을 이전받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부품 국산화와 공정·시험 간소화 등 최적화를 통해 누리호가 상업용 발사체로 활용될 수 있도록 양산 체계 구축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지식재산권을 항우연이 소유하는 것은 특정 기업의 기술 활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우주기술의 공공성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함께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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