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단 조립이 내년 6차 발사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순천 제작센터에서 이뤄진다. 단 조립 장소는 한화 공장으로 바뀌지만 실제 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력이 그대로 맡는다. 국내 대형 발사체 사업 총괄이 한화로 모인 가운데서도 핵심 공정은 경쟁사인 KAI와의 분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7호기 물량은 정부 예산 확정 이후 계약이 추진될 예정이어서, 2032년까지 계속되는 반복 발사에서 이 구조가 유지될 지가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6차 발사부터는 누리호 1~3단을 순천에서 단별로 조립한 뒤 육로로 광양만까지 옮기고, 바지선에 실어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이송해 총조립한다. 4·5차 때는 단 조립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됐다. 단 조립 거점이 한화 공장으로 옮겨가지만 작업 주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사업 총괄과 실제 조립을 경쟁 관계인 두 회사가 나눠 맡는 구조가 6차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KAI 측은 "순천에서도 KAI 인력이 조립을 수행한다"며 "수행 업무는 동일하다"고 밝혔다.
KAI는 누리호 개발 단계인 2014년부터 300여개 업체가 만든 부품을 모아 발사체로 완성하는 체계총조립을 맡아왔다. 2016년부터는 1단 추진제탱크를 경남 사천에서 제작했다. 2022년 10월 6873억원 규모 고도화사업의 사업 총괄을 맡을 체계종합기업 경쟁에서 한화가 선정된 이후에는 한화가 제작 총괄과 협력사 관리를, KAI가 한화의 위탁을 받아 총조립과 1단 추진제탱크 제작, 엔진 4기를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을 맡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누리호 다음 대형 발사체 사업인 차세대발사체에서는 KAI가 아예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2023년까지 인력 3000명 투입을 공언하며 준비해왔지만, 2024년 2월 입찰 마감일에 불참을 선언했다. 일회용 발사체로는 상업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재사용발사체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었다. 함께 거론되던 대한항공도 나로호 이후 10년 가까이 발사체 개발 사업 이력이 없어 수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조원 규모 차세대발사체 역시 한화가 단독으로 사업 총괄을 맡게 됐다.
KAI는 사업 총괄 경쟁에서는 물러났지만 조립과 부품 공급에서는 발을 빼지 않았다. 총조립과 1단 추진제탱크는 KAI 본체가 맡고, 누리호 동체와 구조물은 자회사 에스앤케이항공이 만든다. 정부 주도 발사체 사업은 수익성이 크지 않은 만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 총괄 대신 기존 역량을 살릴 수 있는 공정에 집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항공우주업계 관계자는 “KAI가 발사체에서 완전히 빠진 건 아니다”라며 "경쟁하지 않고 조립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이 분업이 앞으로도 이어지느냐다. 지금은 개발 단계부터 조립을 맡아온 KAI의 경험을 활용하는 구조지만, 반복 발사가 늘수록 이 구조의 무게는 커진다. 정부는 총사업비 3280억원을 증액해 2032년까지 누리호 발사를 5차례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누리호 1단 조립에만 10개월 안팎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 발사가 잦아질수록 조립 기간을 줄이는 것이 곧 원가 경쟁력이 된다고 본다.
한화가 조립을 직접 챙기려 할 유인이 생기는 지점이다. 조립을 직접 하면 공정을 개선해 줄인 기간과 비용을 고스란히 자사 원가 경쟁력으로 가져갈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한화는 약 500억원을 들여 순천 제작센터를 지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누리호뿐 아니라 이후 다른 추가 발사체까지 제작할 수 있는 규모로 구축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화가 조립을 직접 맡기로 하면 KAI의 몫은 그만큼 줄어든다.
당장 6호기까지는 기존 분업이 그대로 이어진다. KAI 자회사 에스앤케이항공은 6호기 동체와 구조물 납품을 이미 마쳤고, 이 부품들은 순천에서 KAI 인력의 손을 거쳐 단별로 조립된다. 분업 구조가 유지될지는 7호기 이후 계약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KAI 관계자는 "누리호 7호는 정부 예산 확정에 따라 추가 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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