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예금보험기금의 적립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 보험업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목표기금 재설정에 나선 가운데 연구용역 결과대로 보험료를 조정하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업권의 부담이 각각 기존의 2.7배, 3.3배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어서다. 보험료 산정에 활용된 세부자료 공개 문제까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업권 간 이해관계 조율에 진통이 예상된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예금보험기금의 적립 현황을 거론하며 목표기금제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주문했다.
유 위원장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예금보험기금의 실제 적립액은 최초 목표 적립률을 적용해 산출한 목표 상한보다 42조8000억원, 하한보다 26조5000억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 이후 목표 적립률이 낮아졌음에도 생명보험을 제외한 주요 업권의 적립률은 현재 목표 하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목표기금제는 금융회사 부실에 대비해 일정 규모의 예금보험기금을 사전에 확보하도록 2009년 도입된 제도다. 은행과 보험, 금융투자, 저축은행 등 업권별로 목표 적립률의 상·하한을 설정하고 적립 수준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구조다.
현재 목표 적립률 하한은 은행 0.825%, 생명보험 0.660%, 손해보험 0.825%, 저축은행 1.650%다. 반면 지난해 말 실제 적립률은 은행 0.7318%, 손해보험 0.5342%로 하한에 못 미쳤다. 저축은행은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이 남아 있어 적립률이 마이너스(-) 2.1346%를 기록했다. 생명보험은 0.9003%로 주요 업권 가운데 유일하게 제시된 목표 하한을 웃돌았다.
유 위원장은 "미래의 부실 위험 때문에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며 "목표기금제를 도입한 2009년 대비 17년간 금융환경의 변화와 각 업종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기금 목표 규모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보는 이미 목표기금 재설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업권별 협의에 착수한 상태다.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연구용역 결과의 기초적인 자료는 나와 있고 그 결과에 따라서 관련 업권과 실무 및 전문가의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목표기금 재설정과 예보료율 조정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업권에서는 연구용역에서 추산된 인상 폭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유 위원장은 연구용역 결과대로 예보료를 조정할 경우 생명보험업권의 부담이 기존의 2.7배, 손해보험업권은 3.3배 수준으로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추가 부담액은 각각 9271억원과 5726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각 업권 당기순이익의 18.7%, 7.9%에 해당하며 수입보험료 대비로는 0.73%, 0.41% 수준이다.
특히 생명보험업권은 현재 예금보험기금 적립률이 목표 하한을 웃돌고 있는데도 연구용역상 예보료 부담이 기존의 2.7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금 적립 수준과 별개로 보험료율 산정 과정에서 어떤 위험 요인과 업권별 특성이 반영됐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예보료는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인 만큼 인상 폭이 커질수록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명보험업권의 추가 부담 추정액만 당기순이익의 18.7%에 달한다는 점에서 보험료율 조정이 업계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김 사장도 보험업권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기존보다는 많이 늘어나서 저희 자체적으로도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며 "업계 의견을 많이 수렴해서 접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 논의는 지난해 9월 예금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본격화됐다. 보호 대상 금액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회사 부실에 대비한 기금의 적정 규모와 예보료율을 다시 산정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새로운 예보료율을 2028년 납부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실제 보험료율 조정까지는 업권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연구용역 결과가 확정된 개편안은 아닌 만큼 보험업권의 부담 수준과 산정 방식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보험료 산정에 활용된 세부자료의 공개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예보는 주요 전제조건과 연구 결과의 큰 틀은 공개했지만 세부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보험업권에서는 예보료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근거를 검증하기 위해 구체적인 산정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 위원장은 세부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업계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이를 검토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사장은 "그 부분 한번 더 검토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예보의 제도 개편 과제는 목표기금 재설정과 예보료율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설치된 특별계정에는 은행과 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의 예보료 일부도 투입됐다. 당초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잔여부채 처리를 위해 운영기한을 2027년 말까지 1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금융회사 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금융안정계정 도입도 과제로 남아 있다. 김 사장은 "기금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차원하고 또 제도를 정비한다는 차원에서는 부실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인 자금 지원 제도라는 점에서 금융안정계정 같은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관련 쟁점에 대한 추가 검토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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