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호 기자] 국내 상조업계 빅3로 꼽히는 웅진프리드라이프와 교원라이프, 보람상조가 각각 다른 방식의 지배구조와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치열한 시장 경합을 펼치고 있다. 웅진은 상조사 인수를 통한 기존 계열사와의 협업을 꾀하고 있는 반면 교원은 오너 2세 중심의 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 중이다. 보람상조의 경우 창업주 일가가 여러 상조법인을 나눠 보유하며 독립적인 분산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각 사의 지배구조와 이에 따른 성장 성과의 분배, 의사결정의 투명성은 상조업계 규제 변화와 맞물리며 향후 경영 환경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조업계를 향한 규제 수위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달 12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진행한 공정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결혼, 여가, 상조 등 생활 속의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결혼식장, 골프장의 불공정약관, 상조분야 선수금의 불투명한 관리 등 불합리한 거래 관행 등을 적극 개선하겠다”며 주요 감독 대상으로 상조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개정 할부거래법이 9월에 공포되면서 상조기업의 자산건전성 규제도 구체화됐다. 2027년 9월부터 시행될 개정법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에 신용공여를 자본금의 50% 이내로 제한해야 하며 신용공여 현황도 분기별로 공시 및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9월30일 웅진프리드라이프, 교원라이프, 보람상조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개정법 내용을 설명하고 규제 시행에 따른 준비를 당부하기도 했다.
상조업계를 향한 규제 강화는 올해 들어 상조 기업들의 전체 선수금 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섰을 만큼 시장이 커졌음에도 선수금 운용, 배당 등과 관련해 규정이 미비하다는 비판에 따른 정책적 대응이다. 앞으로 상조회사의 선수금 운용 등을 놓고 규제의 밀도가 더욱 촘촘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상조기업의 지배구조는 성장 성과의 배분, 의사결정 등에 영향을 줘 고객 자금관리 문제와 연결되는 만큼 규제 환경 대응과 성장 전략의 방향을 가를 수 있다.
그 중 웅진프리드라이프는 기업 인수를 통해 상조회사가 기존 그룹에 편입된 사례다. 웅진은 지난해 6월 약 8830억원 규모의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완료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 아래 있던 상조사가 교육·출판·IT 사업을 보유한 웅진그룹의 일원이 됐다.
웅진의 지배력은 인수 과정에서 설립한 법인들을 거쳐 웅진프리드라이프로 이어진다. 웅진의 올해 6월 지주회사 전환 공시에 따르면 웅진은 더블유제이라이프홀딩스를, 더블유제이라이프홀딩스는 더블유제이라이프를 각각 지분 100%로 소유한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더블유제이라이프 아래에 있는 증손회사다.
상조회사가 다른 업권의 계열사가 포함된 그룹으로 편입되면서 계열사 사이 자금 흐름을 놓고 공정위도 관심을 높이는 상황이다. 웅진그룹은 2025년 말 프리드라이프의 배당을 당기순이익의 100% 이내로 제한하고 내부거래심의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공정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경쟁사인 교원라이프는 오너 2세가 최대주주인 교원 그룹의 계열사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최대주주는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장남 장동하 총괄대표다. 상장 모회사가 인수목적회사를 통해 지배하는 웅진과 달리 오너 일가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교원그룹의 소유구조 안에 있다.
장 총괄대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교원라이프 대표이사를 맡았고 2024년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2026년에는 그룹 총괄대표로 역할을 넓혔다. 교원라이프의 성장은 그룹 사업 다각화와 동시에 장 총괄대표의 경영 성과로 연결되는 상황인 셈이다.
교원라이프는 교원투어의 여행상품과 협업하는 등 그룹 내 사업을 연결해 상조사업의 성장 효과를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계열사 대여금을 2023년 말 310억원에서 2025년 말 0원으로 줄이는 등 자금 흐름 관리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국내 1세대 상조기업인 보람상조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 여러 상조법인을 가족이 나눠 운영하는 지배구조를 선택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지주사 역할을 하는 보람상조개발은 보람상조리더스와 보람상조실로암 지분을 각각 100% 보유했다. 반면 보람상조라이프는 최철홍 회장이, 보람상조피플은 배우자 김미자 대표가 각각 지분 100%를 보유한 별도 계열사로 구분되어 있다.
보람상조개발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지만 보람상조라이프와 보람상조피플 등 주요 회사가 모두 보람상조개발의 연결 자회사로 묶여 있지는 않은 독특한 구조다. 같은 브랜드로 영업하더라도 계약과 선수금, 자산이 귀속되는 법인이 나뉘게 된다.
보람상조개발에 최 회장의 장남 최요엘 전무와 차남 최요한 상무가 각각 약 15% 지분을 보유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승계 진행도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각 회사 사이 지분 연결이 없더라도 특수관계인 해당 여부 등을 검토해 공정위가 자금 흐름에 주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고 선수금 운용 부실이나 환급 거부 문제는 분명히 해소해야 할 과제"라며 "다만 상조가 생애주기 서비스라는 특수한 영역인 만큼 상조서비스 전체를 금융상품 수준의 규제 틀에 편입시키는 것은 업종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어 자칫 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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