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기술 자체만으로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인공지능(AI) 역시 마찬가지다. AI가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 감정과 결합할 때 비로소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은 1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 디자인 위크 2026’ 전시에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는 AI를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닌 이를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디자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자체의 성능보다 사용자의 감성과 개성을 제품에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탈리아 신진 아티스트 14팀이 각자의 경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AI를 활용해 이를 구체화했다.
이러한 접근은 삼성전자가 제시한 AI와 감성지능(EI)의 결합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AI가 창작 과정에 참여하더라도 인간이 방향을 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구조다. 기술의 발전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 이를 통해 인간의 가능성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포르치니 사장은 “출발점은 전적으로 인간에게 있다”며 “인간과 AI가 대화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독창적이고 강력한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고 이는 예술가 혼자서도, AI만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나 마케팅이 아니다”라며 “AI는 인간성에 의해 증폭될 때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은 제품 개발의 목적을 기업의 성장이나 수익 창출에만 두지 않는다는 데서 출발한다. 인류가 최초의 도구를 만든 이유가 ‘생존, 안전,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던 것처럼 현대의 디자인 역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포르치니 사장은 “오늘날 우리는 왜 디자인하고 혁신하는지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며 “기업의 성장이나 수익 창출을 위해 제품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디자인은 사랑의 행위이고 디자인, 혁신, 비즈니스는 우리 자신과 가족·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르치니 사장이 제시한 기술의 역할은 건강, 안전, 삶의 여유, 창작 활동, 경험과 지식의 확장으로 요약된다. 건강과 안전을 통해 더 오래 살도록 돕고 반복적인 업무를 줄여 삶의 여유를 제공하며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건강·안전 관리부터 사람과 함께하거나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 예술과 디자인 등 창작 활동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방향성을 OLED TV 디자인에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14대의 OLED TV에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담고 각각 다른 맞춤형 프레임을 적용했다. 동일한 TV라도 화면에 담긴 콘텐츠와 외형에 따라 서로 다른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포르치니 사장은 “지금 여러분을 보면 모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옷을 입고 있다”며 “오늘날 대부분의 TV는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전시는 디자인을 통해 기술이 개인의 일상에 밀접하게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사람을 온전히 담아내는 기술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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