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쎄트렉아이가 만든 소형 관측위성 '네온샛' 5기가 지난 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을 총괄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실려 궤도에 올랐다. 같은 설계로 만드는 위성 10기 가운데 절반을 우주에 올리면서 쎄트렉아이의 위성 대량 생산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한화그룹이 위성 사업을 한화시스템에 맡긴 만큼, 쎄트렉아이는 그룹 안에서 한화시스템 위성의 본체를 만들어 공급하는 역할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누리호 5차 발사에 실린 주력 위성이 네온샛 2~6호다. 네온샛은 작은 위성 여러 기를 함께 띄워 같은 지역을 더 자주 촬영하는 '군집위성'으로, 이번에 올라간 5기 모두 목표 궤도에 들어갔다. 로켓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위성은 쎄트렉아이가 만들어 한화 계열사 두 곳의 제품이 같은 임무에 투입된 셈이다.
다만 위성과 로켓, 지상국 사이의 기술적 조율은 한화가 아닌 네온샛 사업을 총괄한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맡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네온샛을 싣고 분리하는 것이 이번 누리호 5차 발사의 임무였다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한화의 역할은 기존 설명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제작을 주관하고 발사 운용에 참여했다.
쎄트렉아이는 이번 발사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업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쎄트렉아이가 이번 임무에서 맡은 것은 위성 자체로 보고 있다. 전력과 통신, 자세 제어 등 위성의 기본 장치를 담은 본체와 지상을 촬영하는 고해상도 광학카메라(탑재체)를 설계부터 제작, 조립, 시험까지 담당했다.
역할은 발사 뒤에도 이어진다. 쎄트렉아이 관계자는 지상과의 첫 교신과 위성 상태 점검, 위성 성능과 영상 품질 확인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 초기 점검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관계자는 "첫날 모두 최초 교신에 성공했고 기본 위성 상태 점검 결과 모두 양호해 이상 없이 초기 점검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약 6개월 동안 점검과 영상 품질을 맞추는 작업을 마치면 제주 국가위성운영센터가 본격 운영을 넘겨받는다. 남은 5기(7~11호)도 부품 단위 조립과 시험을 대부분 마치고 전체 조립과 환경 시험을 앞두고 있다. 내년 하반기 누리호 6차 발사 때 실린다.
네온샛처럼 위성 본체와 카메라를 함께 만들어 온 쎄트렉아이는 국내 대표 민간 위성 제조사로 꼽힌다. 네온샛 외에도 해외에 위성을 수출하고, 직접 만든 위성 '스페이스아이-티'로 위성영상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쎄트렉아이의 최대주주가 한화라는 점에 부담을 느낀다. KAI는 위성통신망 사업에 쓸 통신위성을 벨기에 에어로스페이스랩(ASL)과 함께 개발하기로 했는데, 국내 위성 제조사인 쎄트렉아이의 최대주주가 경쟁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라는 점이 배경으로 꼽혔다.
한화그룹 안에서는 로켓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위성은 한화시스템으로 역할이 나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1년 쎄트렉아이 지분을 사들여 현재 33.63%를 가진 최대주주지만, 위성 사업은 한화시스템이 이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발사 서비스)를 담당하고, 한화시스템은 인공위성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투자 계획도 같은 구도다. 한화그룹은 지난 7월 2040년까지의 우주항공·AI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에 약 23조원, 한화시스템이 초저궤도 영상레이더(SAR)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위성통신망 구축에 약 2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은 구름이 끼거나 밤에도 지상을 촬영할 수 있는 SAR 위성을 중심으로 위성 사업을 키워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연 100기 생산을 목표로 한 위성 공장인 제주우주센터를 준공했다. 이곳에서 만드는 위성은 고객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쎄트렉아이와는 이미 함께 사업을 따낸 경험이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3년 국방과학연구소의 군 정찰용 소형 SAR 위성 사업에서 본사업에 앞서 성능을 확인하는 시험용 위성(검증위성) 개발을 쎄트렉아이와 공동으로 수주했다. 본사업 격인 SAR 군집위성 사업을 두고는 현재 KAI와 경쟁하고 있다.
협력은 다음 위성으로 이어진다. 한화시스템은 2031년까지 고도 350㎞ 안팎의 낮은 궤도(초저궤도)에 SAR 위성 64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계열사와 설비를 함께 쓴 사례는 없지만, 초저궤도 위성 개발에는 그룹 계열사들이 부품을 나눠 맡을 예정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에어로스페이스는 위성 추력기, 쎄트렉아이는 본체와 전장품, 한화솔루션은 태양전지판 등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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