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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K-LEO 통신위성 벨기에서 조달…한화와 협력 '부담'
조은비 기자
2026-09-28 11:00:00
국내 유일 위성 제조사는 한화가 최대주주…ASL 양산 역량은 검증 과제로
이 기사는 2026-09-28 08:0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챗 GPT)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K-LEO) 사업에 투입할 통신위성을 벨기에 위성 전문기업 에어로스페이스랩(ASL)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KAI는 국내 기술 중심 개발 방침을 밝히면서도, 정작 대량 양산 기술은 해외 기업에서 조달하는 구도를 택했다. KAI 인수를 노리고 있는 한화와 손을 잡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유일의 민간 위성 본체 제조사인 쎄트렉아이의 최대주주는 경쟁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KAI로서는 사업의 핵심인 위성 양산에서 국내 선택지가 한화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ASL도 저궤도 통신위성 양산 실적이 아직 없어 기술력 검증은 과제로 남는다.


KAI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월드 스페이스 비즈니스 위크 2026'에서 ASL과 우주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K-LEO 사업 협력을 비롯해 차세대 상용 통신위성 공동개발, 신규사업 발굴, 합작법인 설립 검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계약이 아닌 업무협약 단계로, 역할 분담과 합작법인 구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K-LEO는 저궤도에 통신위성 수백 기를 배치해 지상망이 닿기 어려운 지역까지 통신을 제공하는 국가 위성통신 인프라다. 정부는 지난 7월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 육성전략'을 통해 2035년까지 최소 128기에서 최대 512기 규모의 독자 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시나 재난 상황에서 해외 위성망에 기대기 어려운 만큼, 국가가 직접 통제하는 통신망을 확보한다는 것이 사업의 취지다.


관건은 동일한 위성을 반복 생산하는 능력이다. 저궤도 통신망은 같은 위성 수백 기를 대량으로 제작해 궤도에 올리는 방식이라, 정밀 위성을 소량 제작해온 국내 위성업계의 경험과는 성격이 다르다. KAI도 다목적실용위성과 차세대중형위성, 군 정찰위성 등 중대형 위성을 소량 제작해온 곳으로, 저궤도 통신위성 대량 생산은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다.


업계에서는 굳이 벨기에 기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핵심 기술을 해외에 기대는 구조가 독자망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KAI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내 생태계를 최대한 활용하며 필요한 부분에 글로벌 선도기업의 강점을 결합하는 전략"이라며 "초기에는 국내외 기술을 결합하되 단계적으로 국산화를 확대하겠다"고 반박했다. 양사의 역할 분담은 "협의를 통해 결정할 부분으로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KAI는 이번 협력이 국내 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KAI는 "K-LEO는 국내 기술 중심으로 개발할 예정이며, 국내 제조사와의 협력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ASL에 대해서는 "위성 양산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양산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논의할 상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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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Gemini)

실제 KAI는 정부 사업을 통해 6G 저궤도 통신위성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30년 세계 최초 6G 위성통신 시범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다만 이 기술은 아직 기술실증 단계로, 상용화에 필요한 통신용량과 가격경쟁력, 대량 생산성은 ASL의 경험으로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KAI의 국내 협력에는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 국내에서 위성 본체를 제작해온 유일한 민간 업체 쎄트렉아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1년 지분 약 30%를 확보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KAI 인수를 진행 중인 한화와 협력하기엔 부담이 크다.


저궤도 통신을 이끌어온 한화시스템도 K-LEO에서 KAI와 경쟁할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한화시스템조차 위성 제조와는 거리가 있다. 2021년 약 3억 달러를 들여 영국 원웹 지분을 인수하며 저궤도 위성통신에 뛰어들었지만, 원웹 위성은 에어버스와 원웹의 합작사가 미국에서 만든다.


한화시스템은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사업을 위주로 수행하고 있으며, 저궤도 통신위성 자체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2023년 11월 육·해·공군 전술망과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연동하는 상용 통신체계 사업에 착수해 관련 개발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에는 저궤도 통신위성을 대량 양산해본 곳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KAI가 택한 ASL이 이를 입증한 것도 아니다. 2018년 설립된 신생 기업인 ASL은 지난 9월 유럽연합(EU) 보안 위성통신망 'IRIS²'에서 저궤도 위성 264기를 제작하는 주계약자로 선정돼 에어버스를 제쳤지만, 해당 위성은 2030년부터 인도될 예정이다. 양산 역량은 아직 실적이 아닌 수주 이력과 건설 중인 생산시설에 근거한다.


국내와 해외 파트너 모두 대량 양산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결국 K-LEO에 투입될 위성의 국산화율을 어디까지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으로 남는다. 한 우주항공 업계 관계자는 "수백 기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K-LEO 사업은 본사업 본격화 과정에서 기술 자립과 경제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며 "진정한 의미의 '국산 통신망'으로 안착하려면 개별 기업의 셈법을 넘어선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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