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한미약품이 자체 인공지능(AI) 기반 연구 플랫폼 'HARP'를 앞세워 신약개발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보물질 설계부터 비임상 데이터 분석, 적응증 선정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혀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해만 5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거둔 가운데 AI를 활용해 연구개발(R&D) 생산성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전해민 한미약품 상무(R&D센터 임상이행팀장)는 14일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2026 KoNECT-MOHW-MFDS INTERNATIONAL CONFERENCE(KIC)'에 참가해 "AI를 활용하면 기존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선도물질 발굴에 걸리는 시간을 3배 이상 단축할 수 있었다"며 "한미약품은 후보물질 설계뿐 아니라 비임상 단계의 중요한 의사결정까지 지원하는 AI 도구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전 상무는 '비임상 전반에서의 AI 도구 활용'을 주제로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과정에 적용된 AI 기술과 실제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한미약품은 비만·대사질환과 항암, 희귀질환을 중심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각 분야의 특성에 맞춰 AI와 생물정보학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은 올해 글로벌 제약사와 잇따라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R&D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일라이릴리에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를 최대 12억6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데 이어 8월에는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을 최대 23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이전했다.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포함한 두 계약의 최대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한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기술수출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효율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표적 발굴부터 후보물질 설계, 비임상 효능 평가, 초기 임상 개발까지 지원하는 자체 AI 연구 플랫폼 HARP가 대표적이다. AI가 설계한 물질을 실제 실험으로 검증한 뒤 그 결과를 다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자체 연구시설을 통해 실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모델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미약품이 자체 AI 도구 개발에 나선 배경에는 기존 AI 신약개발 기술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AI 기술은 후보물질의 구조 설계나 임상시험 환자 모집 등에 집중돼 있지만 세포·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사람에게 나타날 효능과 독성을 예측하는 영역에서는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이다. 특히 비임상 단계는 후보물질의 개발 지속 여부와 임상 진입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구간인 만큼 AI 활용 필요성이 크다는 평가다.
전 상무는 "현재 AI 신약개발 도구들은 물질 설계와 임상시험 운영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동물이나 세포에서 확인한 효능과 독성이 사람에게 어떻게 이어질지 예측하는 영역에서는 아직 활용할 만한 도구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HARP 적용 사례는 근육 성장 억제 단백질인 마이오스타틴을 표적으로 하는 후보물질 설계다. 한미약품은 현재 마이오스타틴 억제제 'HM500197'을 비임상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마이오스타틴 억제 효과는 유지하면서 구조적으로 유사한 다른 단백질에 대한 작용은 최소화하는 물질을 설계했다. 이를 통해 약효와 선택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방식에서는 약 200개 물질을 설계한 뒤 약효와 선택성 등 여러 기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후보를 추렸다. 마지막 단계에서 원하는 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계부터 반복해야 했다. 반면 AI는 복수의 개발 목표를 동시에 반영해 물질을 설계하고 도출된 결과를 병렬로 검증할 수 있다.
전 상무는 "기존에는 여러 개발 목표를 순차적으로 검증해야 했고 마지막 단계에서 원하는 물질을 확보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며 "AI는 여러 목표를 동시에 반영해 물질을 설계하고 실험 결과를 재학습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을 두세 차례 반복하면 원하는 특성을 갖춘 물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며 "선도물질 발굴까지는 기존 대비 3배 이상, 임상시험계획(IND) 단계까지는 2배 이상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앞으로 자체 AI 기술 개발과 외부 전문기업과의 협력을 병행해 HARP의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후보물질 설계에 국한하지 않고 비임상과 초기 임상 전반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전 상무는 "각 개발 단계에 AI 도구들이 충분히 적용된다면 임상 성공률을 높이고 전체 과정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체 개발과 AI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신약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