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와 거래를 끊은 SM엔터테인먼트가 새로운 이해상충 관리 시험대에 올랐다. 창업자에게 집중됐던 경영 권한을 이사회로 분산했지만, 이번에는 최대주주인 카카오그룹이 핵심 유통망과 해외사업의 주요 파트너까지 맡으면서다. 라이크기획에 지급하던 프로듀싱 비용은 사라졌지만 카카오 계열사가 주요 사업의 거래 상대방으로 자리 잡으면서 계약조건의 적정성과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새로운 검증 대상으로 떠올랐다.
라이크기획 떠난 자리, 카카오 유통망이 채웠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M의 2022~2025년 사업보고서와 2026년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SM의 지배구조와 주요 사업 거래망은 2023년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다. 이 전 총괄과의 프로듀싱 계약이 종료된 데 이어 카카오그룹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음반 유통과 해외사업의 협력 구조도 재편됐다.
SM은 2022년 10월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같은 해 12월 31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라이크기획은 이 전 총괄의 개인회사로, SM과 프로듀싱 계약을 맺고 관련 비용을 받아왔다.
SM이 2022년 상반기 라이크기획과의 거래에서 인식한 영업비용은 114억1000만원이다. 전년 동기에도 124억2000만원의 비용을 인식했다. 계약 종료로 창업자 개인회사에 지급하던 프로듀싱 비용이 사라졌고, SM은 외부 개인회사에 의존했던 제작체계를 내부 중심으로 재편했다.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를 정리한 이후 본사의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 개선은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다. SM의 별도 기준 연간 매출은 2022년 5138억원에서 지난해 8125억원으로 58.1%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996억원에서 1670억원으로 67.7%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2022년 19.4%에서 2023년 18.6%, 2024년 16.9%로 하락한 뒤 지난해 20.6%로 반등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9.2%를 기록했다.
이는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 이후에도 제작체제 전환과 사업별 매출 구성 변화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M은 이 전 총괄 퇴진 이후 멀티 제작센터 체제를 도입하고 제작인력을 확대했다. 라이크기획에 지급하던 비용은 없어졌지만 내부 제작조직 운영과 외부 프로듀서 활용에 따른 비용이 새롭게 발생한 만큼, 계약 종료에 따른 순수한 비용 절감 효과를 재무제표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제작구조가 바뀌는 사이 지배주주와 주요 사업 거래망도 재편됐다. 이 전 총괄은 2023년 2월 보유 주식 352만3420주를 하이브에 매각했다. 이후 하이브와 카카오 간 경영권 경쟁이 벌어졌고, 하이브가 인수를 중단하면서 같은 해 3월 카카오가 최대주주에 올랐다.
올해 6월 말 기준 카카오 지분율은 21.61%,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9.89%다. 양사 합산 지분율은 41.50%이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전체 지분율은 41.81%다.
최대주주 교체는 SM의 사업 거래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음반 유통사는 드림어스컴퍼니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변경됐다. 양사는 북미 통합법인을 통해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지식재산권(IP) 사업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그룹이 지분을 통한 경영권뿐 아니라 음반 유통과 해외사업에서도 SM의 주요 협력 파트너로 자리 잡은 것이다.
카카오엔터 유통망과 연결된 매출 규모도 작지 않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와의 유통계약에 따른 음반판매 수익은 1809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관련 매출이 약 966억원 발생했다. SM은 해당 매출의 최종 소비자를 고객으로 인식해 특수관계자 거래표에서 제외했다.
이 금액은 카카오엔터에 지급한 유통수수료가 아니라 유통계약을 통해 발생한 매출이다. 과거 라이크기획에 지급했던 프로듀싱 비용과 성격은 다르지만, 최대주주 계열사가 핵심 유통망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거래조건의 적정성을 검증할 필요성은 오히려 커졌다.
정작 유통계약의 경제적 효과를 판단할 핵심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SM 측은 카카오엔터와의 유통계약에 대해 계약 당사자 간 비공개 사항이라며 독점 여부와 계약기간, 유통수수료, 정산조건 및 수익성 변화 등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존 드림어스컴퍼니와의 계약보다 수수료 부담이 줄었는지, 카카오 계열 유통망 편입이 SM에 얼마나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졌는지는 외부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셈이다.
내부거래 심의는 했지만…핵심 유통계약 검증은 ‘깜깜이’
카카오그룹이 최대주주이자 핵심 거래 상대방을 겸하면서 이사회의 역할도 달라졌다. 창업자 개인회사와의 거래를 정리하는 데 그쳤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지배주주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SM의 이익을 독립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SM은 이 전 총괄 퇴진 이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이사회 산하에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등을 설치했다.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심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내부거래위원회의 구성도 올해 달라졌다. 2024년과 2025년에는 사외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으로 운영됐지만, 올해에는 독립이사 3명으로 재편됐다. 대주주 관련 거래를 심의하는 기구에서 기타비상무이사가 빠지고 독립이사만 참여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실제 카카오그룹 관련 거래가 심의 절차를 거친 사례도 있다. 올해 1월 이사회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전대차 계약 조기 종료 안건이 가결됐다. 5월 14일에는 내부거래위원회가 '카카오그룹 동반성장 협약 체결 및 운영비 부담의 건'을 심의·가결했다. 참석 독립이사 3명 모두 찬성했으며 같은 날 이사회에서도 해당 안건이 통과됐다.
회사에 따르면 이사회 산하 각 위원회는 전문성을 갖춘 독립이사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주요 투자와 내부거래를 관련 규정에 따라 심의·의결한다.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의 의결권 행사도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심의기구가 존재하고 카카오그룹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는 사실만으로 핵심 거래의 적정성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엔터와의 음반 유통계약이 어떤 심의 과정을 거쳤는지, 기존 유통사와의 거래조건을 비교했는지, 계약 체결이나 갱신 과정에서 수수료와 정산조건을 조정한 사례가 있는지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특히 카카오그룹은 SM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지배주주인 동시에 음반 유통과 해외사업의 주요 파트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계약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부거래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한 만큼 핵심 거래에 대한 심의와 검증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뤄지는지가 중요해진 이유다.
이수만 퇴진 이후 SM은 창업자 개인회사와의 거래를 정리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최대주주 계열사가 주요 유통망을 맡는 새로운 거래구조에서는 여전히 핵심 계약조건과 심의 과정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라이크기획을 둘러싼 이해상충 논란을 해소한 SM이 카카오와의 거래에서도 같은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지배구조 개편의 실질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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