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영훈 기자] 금융위원회가 네 번째 이삿짐을 싼다. 세 차례에 걸친 과거의 이사가 서울 안에서 사무실을 옮기는 일이었다면 이번에는 직원들의 삶의 터전까지 바꿔야 하는 이동이다. 내년 하반기 세종 이전이 확정되면서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둔 직원들은 가족과 함께 이주할지, 장거리 통근을 감수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금융감독원과 주요 금융회사, 국회가 서울에 남아 있는 만큼 청사 이전 이후 업무 효율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과제로 떠올랐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에는 금융위의 2027년 하반기 세종 이전이 포함됐다. 새 건물 준공을 기다리지 않고 세종의 민간 임차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소속 금융정보분석원(FIU)도 내년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위 340명과 FIU 80명 등 정원 기준 420명 규모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이번 이전을 두고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안에서 청사를 옮길 때는 출퇴근 경로를 조정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었지만, 세종 이전은 거주지와 가족의 생활 기반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한 직원은 “여의도에서 프레스센터로, 다시 정부청사로 옮겼는데 이제는 세종이라고 하니 또 이사구나 싶다”며 “예전에는 출근길이 바뀌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어디서 살아야 할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고민은 주거와 자녀 교육, 돌봄 문제다. 배우자 직장이 수도권에 있거나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직원은 가족이 함께 내려가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혼자 세종에 거처를 마련하면 주거비가 이중으로 들고, 기존 집을 유지하며 출퇴근하면 이동 부담이 생긴다. 가족 전체가 이주하려면 배우자의 근무와 자녀 전학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또 다른 금융위 직원은 “부처는 날짜를 정해 옮길 수 있어도 배우자 직장과 아이 학교까지 한꺼번에 옮길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혼자 내려가면 집을 두 군데 유지해야 하고, 출퇴근을 하자니 아이 돌보는 시간을 어떻게 낼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금융위가 청사 이전을 겪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출범 이후 세 차례나 주소를 바꿨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을 합쳐 출범한 금융위의 첫 청사는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사였다. 이듬해 1월에는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로 옮겼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조를 강화하고 금융회사와 민원인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여의도 생활은 4년을 채우지 못했다. 조직 확대에 따른 사무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2012년 9월 프레스센터로 이동했다. 2016년 5월에는 인사혁신처와 국민안전처가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정부서울청사 빈 공간에 입주했다. 같은 달 23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다른 부처가 세종으로 떠나면서 생긴 빈자리에 들어왔던 금융위가 11년 만에 같은 길을 가게 된 셈이다. 과거 세 차례 이전이 업무 공간과 유관기관 접근성을 고려한 서울 내 이동이었다면 이번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집적이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서울을 떠나게 됐다.
직원들의 생활 문제 못지않게 업무 동선 변화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에 모아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 역시 세종에 있는 경제부처들과의 대면 협의가 수월해질 수 있다.
반면 금융위의 주요 업무 상대방은 상당수 서울에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은 여의도에 있고 주요 금융회사와 금융협회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금융위가 감독정책을 수립하고 금감원이 검사·감독을 집행하는 현행 체계에서 두 기관 간 대면 협의에 따른 이동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과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여의도로 청사를 옮겼던 2009년과 정반대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세종 이전으로 다른 경제부처와의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지지만 금융감독 현장과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진다는 점에서 업무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대응 역시 당분간 서울과 세종을 오가야 하는 구조다. 금융위는 2027년 하반기 이전 대상이지만 국회 세종의사당 준공 목표는 2033년이다. 두 일정 사이에는 약 6년의 간격이 있다. 세종으로 청사를 옮기더라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와 법안 심사, 국정감사 등에 대응하기 위한 서울 왕래는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청사 이전으로 경제부처 간 협업이 강화되는 효과와 서울에 집중된 금융감독·국회 업무의 이동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면 회의와 보고가 기존 방식대로 유지된다면 세종 이전 이후 직원들의 출장 부담과 업무 비효율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전 공무원과 가족의 정착을 위해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주택 마련이나 자녀 학기 종료 등의 사정으로 곧바로 이주하기 어려운 공무원에게는 한시적으로 교통편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위의 한 실무자는 “세종 부처들과 일하기는 편해지겠지만 국회나 금융회사 회의 때문에 서울에 자주 올라와야 하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 수 있다”며 “어디로 옮기는지도 중요하지만, 옮긴 뒤 회의와 보고를 어떻게 할지도 같이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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