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은행권에서 연쇄 해킹 사고가 발생하고 예금 잔액마저 줄어드는 가운데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오히려 고객자금이 늘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이달 들어 20조원 넘게 감소한 상황에서 우리은행에는 3조8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금융권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자 직접 수치를 제시하며 고객 신뢰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12일 서울 중구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해킹 사고 이후 은행권에서 자금이 엄청 빠졌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실제로 우리는 빠지지 않고 늘었다"며 "10월1일 대비 3조8000억원가량 증가했고 특히 개인고객 자금도 1조원 넘게 늘었다"고 밝혔다.
정 행장은 최근 은행권의 예금 감소 흐름이 우리은행에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요 은행에서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며 금융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자금 유입 규모를 직접 공개하며 차별화에 나선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55조391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 675조5249억원에서 4영업일 만에 20조1330억원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잔액도 2조7290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기업의 결제자금 이동 등으로 분기 말과 분기 초 잔액 변동이 크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최근 예금 감소를 해킹 사고에 따른 고객 이탈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연쇄 정보유출 사고와 예금 감소가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고객 신뢰와 자금 흐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주요 은행에서는 고객정보 유출 피해가 확인됐다. 신한은행에서는 대출모집인 조회 서비스를 통해 2만5000여명의 정보가 유출됐고 KB국민은행에서는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을 통해 119명의 고객정보가 노출됐다. 하나은행에서도 외부 영업지원 시스템(ODS)을 통한 89명의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고객정보 유출 사례는 시중은행을 넘어 저축은행과 캐피탈업계로도 확산하고 있다. 고객이 직접 이용하는 금융거래 시스템뿐 아니라 임직원과 대출모집인 등이 사용하는 업무지원·조회 시스템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외부 접근경로에 대한 보안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에서는 현재까지 고객정보 유출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금융권을 겨냥한 해킹 위협 속에서도 고객정보 유출이 확인되지 않은 데 이어 고객자금까지 증가했다는 점에서 정 행장의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정 행장이 언급한 고객자금 증가액 3조8000억원 가운데 개인고객 자금이 1조원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업자금뿐 아니라 개인고객 자금도 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은행권 전반의 자금 이탈 우려가 우리은행의 실제 고객자금 흐름과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정 행장이 공식 석상에서 자금 증가 규모를 직접 언급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금융회사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자금 유입 성과를 부각해 고객 이탈 우려를 차단하고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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