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펩트론이 일라이릴리(릴리)와 체결한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 기술평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장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 2년에 걸친 평가에도 아직 후속 상업 라이선스 계약 체결 소식이 나오지 않은 데다 릴리가 경쟁 플랫폼과의 협력까지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펩트론이 스마트데포 상업화를 겨냥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에 나선 만큼 향후 릴리와의 본계약 성사 여부가 기업가치와 선제 투자의 성과를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펩트론과 릴리가 진행 중인 스마트데포 기술평가 공동연구의 최대 계약기간은 이달 7일까지다. 양사는 2024년 10월 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약물에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비독점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데포는 약물이 체내에서 일정하게 방출되도록 해 투약 주기를 늘리는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이다. 양사는 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약물에 스마트데포를 적용해 장기지속형 제형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를 검증해왔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향후 상업 라이선스 계약 체결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당초 기술평가는 지난해 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양사가 연구 범위를 확대하면서 최대 계약기간은 24개월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계약 체결일로부터 24개월이 되는 이달 7일이 기술평가 공동연구의 최대 계약기간 종료 시점이다.
앞서 펩트론은 릴리 측에 주요 연구자료를 전달하고 상대방의 평가와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실상 릴리 측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대 계약기간 종료를 불과 하루 앞둔 현재까지 후속 상업 라이선스 계약 체결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릴리가 스마트데포 외에도 장기지속형 플랫폼 선택지를 확보했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릴리는 지난해 스웨덴 바이오기업 카무루스와 장기지속형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카무루스의 약물전달 플랫폼 '플루이드크리스탈(FluidCrystal)'을 릴리가 보유한 대사질환 치료 후보물질에 적용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릴리는 올 6월 기존 계약상 옵션을 행사해 카무루스와의 협력 범위를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로 추가 확대했다. 기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이중작용제와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에 이어 아밀린 계열까지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 범위를 넓힌 것이다. 펩트론과 기술평가를 진행하는 동안 별도의 장기지속형 플랫폼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펩트론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회사는 스마트데포 기반 제품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지난달 오송 제2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총 투자금액은 890억원으로 투자 종료 예정일은 2028년 2월 15일이다.
시장에서는 펩트론의 생산시설 투자가 릴리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및 향후 상업화를 대비한 선제적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이전 이후 실제 상업생산 단계까지 고려하면 사전에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릴리와의 공동연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제2공장 구축 역시 향후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문제는 글로벌 기술이전 및 상업화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스마트데포 기반 제품의 상업생산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장이 먼저 완공될 경우 신규 생산시설의 가동률과 투자금 회수에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릴리와의 본계약을 비롯한 글로벌 사업화 성과가 890억원 규모의 선제 투자를 뒷받침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 주가도 큰 폭으로 조정됐다. 펩트론 주가는 지난해 11월 52주 최고가인 39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이달 6일에는 13만원선까지 떨어졌다. 고점과 비교하면 약 67% 하락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릴리와의 기술이전 기대감이 펩트론의 기업가치 상승을 이끈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향후 본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의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펩트론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동연구는 24개월로 기간을 한정해 진행한 것이며 이 기간 내 딜이 나오느냐, 나오지 않느냐가 결부돼 있지는 않다"며 "관련해 설명드릴 내용이 있으면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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